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잘못 꽂은 주사바늘에 뇌손상, 병원측 책임 60%”

학운 2018. 1. 3. 13:12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목과 오른쪽 어깨 통증에 시달린 A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2010년 말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B씨는 A씨에게 통증유발점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 통증을 없애는 치료법을 권했다. 그러나 시술 과정에서 주사바늘로 인해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에 구멍이 생겼고 공기와 약물이 뇌척수액으로 흘러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A씨 뇌 속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과 발작 증세, 목디스크, 뇌손상 등을 입었다. 한 때 경영 컨설팅회사의 대표였던 A씨는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됐고 정신지체까지 앓게돼 주위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A씨 측은 "의료진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고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증상이 발생했다"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연세대와 전문의 B씨를 상대로 4억500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A씨의 증상 일부에 대해서만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조휴옥 부장판사)는 연세대와 B씨에 대해 "A씨에게 61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시술 중 주사기를 잘못 조작해 경막에 천공을 발생시키고 공기와 약물 등이 유입되도록 한 과실이 있다"면서도 "의료진은 시술 후 A씨가 보인 증상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뇌증과 발작 증세 등에 대해서는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으나 뇌손상, 목디스크 등은 시술로 인해 발생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다른 병원들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와 전문의들의 감정을 토대로 A씨가 겪고 있는 뇌손상도 과거 시술과 관계 있다고 보고 병원과 B씨의 책임을 60%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민중기 부장판사)는 연세대와 B씨에 대해 "A씨에게 1억5059만원과 A씨가 살아있는 동안 매달 11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병원 측 과실로 인정하지 않은 뇌손상 증세에 대해 "다른 병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등에 따르면 시술상 과실로 A씨의 기질적 뇌증후군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진단 결과 A씨는 경도의 정신지체 수준과 인지기능 장애, 특정 불능의 치매 및 뇌의 질병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증상은 자연적 발병으로 보기 어렵다"며 "시술 과정에서 약물의 뇌척수액 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A씨가 정신지체 장애로 매달 정신치료비 등 고정적인 의료비가 들고 혼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간병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재판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