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피의자 뒤에 앉아 변호’ 관행은 위헌”

학운 2017. 11. 30. 21:17

헌재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 제한한 조처”

7대1로 위헌 결정, “옆에 앉아도 수사방해 아냐”

대검, 개혁위 권고로 이미 ‘피의자 옆 변호’ 추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 헌재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검찰 등 수사기관의 피의자 조사 때 변호인을 피의자 뒤에 앉도록 한 관행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부임 뒤 첫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30일 검찰의 피의자 조사 때 참여한 변호사에게 피의자의 뒤에 앉도록 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출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변호인인 청구인은 2016년 4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조사받은 피의자를 변호하기 위해 조사에 참여했으나 수사관이 피의자의 대각선 뒤에 앉도록 하고, 참여신청서 제출을 요구받자 ‘과잉금지 원칙 위배’ 및 ‘피의자 접견교통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신문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돼야 한다”며 “피의자신문 때 변호인이 피의자의 옆에서 조력하는 것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의 주요 부분이므로, 후방착석을 요구하는 행위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후방착석 요구 행위로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피의자신문 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며 “변호인이 옆에 앉더라도 수사방해나 수사기밀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고, 조사실의 장소적 제약 등 후방착석 요구 행위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검사는 피의자 후방의 적절한 위치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대검찰청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에 대해서는 “검찰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또 피의자신문 참여신청서 요구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 절차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다"며 심판청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헌재 결정에 앞서 대검찰청은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피의자 뒷자리에 앉던 변호인이 옆자리에 앉아 조언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인과 피의자가 수사받는 내용을 손으로 메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