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매일 1.5% 수익” 비트코인 국제사기… 한국인 700억 뜯겼다

학운 2017. 10. 15. 21:41



동유럽 출신 배우를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전문가로 내세워 전 세계 5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1100억원 이상을 편취한 국제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2000여명이 투자에 나서 700억원가량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수익이 없는 주부, 퇴직자, 자영업자 등이 주요 피해 대상이었다. 

‘컨트롤 파이낸스(Control Finance)’는 지난해 9월 8일 영국 맨체스터에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하루 1∼1.5%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수수료도 없고, 투자자를 모집한 회원에겐 ‘커미션’으로 모집한 회원 투자금의 25%를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폰지 투자 방식이다

특히 젊은 IT 전문가로 가장한 ‘벤자민 레이놀드(Benjamin Reynolds)’가 직접 홍보 영상까지 찍으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레이놀드는 에스토니아 ‘엘더블유 필름(LW Film)’ 회사 소속 배우로 드러났다. 외국인 배우의 그럴싸한 연기에 상당수 투자자가 ‘깜빡’ 속은 것이다. 물론 영국 맨체스터엔 컨트롤 파이낸스란 회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세계 66개국에서 투자자가 몰렸다. 사기단은 지난 4월 한국에 진출해 모집책 227명을 동원,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국내 투자자 모집에도 나섰다. 두 달여 만에 2000여명이 모여 누적 투자금이 700억원에 달했다. 

사기단은 지난달 12일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매일 1∼1.5%의 수익금을 비트코인 계좌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미끼’를 던져 신뢰를 얻었다. 충북 청주에서 학원 차량을 모는 권모(55·여)씨는 첫 투자 때 약 500만원을 투자해 이익금으로 하루 6만∼7만원을 받았다. 약속대로 수익금이 들어오자 권씨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총 1300만원을 투자했다. 권씨는 투자금 중 900만원을 잃었다. 

다른 피해자들도 대부분 주부, 자영업자, 퇴직자 등 고정수익이 필요한 서민들이 많았다. 대전 유성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허모(51)씨는 지난 7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지인 이모(50)씨 말에 넘어갔다. 외국인 회사 대표가 소개하는 영상을 보곤 안심이 됐다. 허씨는 은행에서 3000만원을 빌려 투자했지만 2400만원을 날렸다. “지인이 돈을 벌었다는 말에 혹했다”며 “홍보영상을 보고 더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모집책은 투자자가 모인 채팅방에서 “수익금이 얼마인지 공개하면 커피 기프티콘을 주겠다” “수익금을 가장 많이 낸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주겠다”고 투자를 더욱 부추겼다.

가상화폐사기 범죄집단의 범행은 두 달을 채 못 갔다. 지난달 5일부터 수익금 인출이 원활하게 안 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아예 수익금 인출이 되지 않았다. 이후 회사 대표와 최상위 모집책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돌연 잠적했다. 일부 모집책들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만회하려면 다른 비트코인 다단계에 들어야 한다”고 권유했다. 

법무법인 정동국제는 현재 피해자를 모아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관련 범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속한 결과 총 28건의 가상화폐 관련 범죄가 적발됐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관리 감독하는 법은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31063&code=111312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