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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업종 외국인 숙련공, 영구체류 가능해진다

학운 2017. 7. 20. 07:30

내년부터 ‘3D(기피)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 장기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법무부는 19일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과 농림축산어업 등에서 4년 넘게 일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숙련기능 점수제 비자(E-7-4)’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2년마다 심사를 거쳐 사실상 한국에 영구 체류할 수 있는 새로운 비자가 등장했다는 평가다. 이 점수제 비자는 올해 시범 시행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무부는 산업현장의 숙련인력 확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D 업종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점수는 숙련도, 학력, 나이, 한국어 능력, 보유 자산, 연수 경험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새 정부 들어 방향을 크게 전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존에 법무부가 운용하던 비전문취업(E-9)·방문취업(H-2)비자는 최대 4년10개월이라는 체류기간 제한이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늘 숙련 기능 인력난을 호소하는 배경이다. 부족한 인력은 고용허가제 등을 통한 비숙련 외국인력으로 채워져 중소기업과 농어업 등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최대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연장을 위한 점수 확보 요건이 엄격하지 않은 데다 산업현장의 요구가 더해지면 점수제 비자 취득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려도 나온다. 내국인과의 일자리 갈등이나 외국인 범죄 증가 등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린 비자제도 개편은 외국인 노동자 급증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주권 취득자가 늘면서 인구 구성이 변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 제도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사실상 한국에 영구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인 근로자의 대폭적인 유입에 보수적이던 법무부가 산업현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는 평가다.

◆영구 체류하며 경력직 이직 가능

신설되는 E-7-4 비자의 최대 장점은 무제한 체류 가능성이다. 점수를 유지한다면 2년마다 갱신해 계속 일할 수 있다. 영주권 취득 자격을 얻는 징검다리도 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숙련기능 인력난을 호소해온 뿌리산업 등 중소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중소기업이 지금도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당수 기업은 본의 아니게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 취업에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기능인력 점수는 해당 분야 숙련도와 학력, 나이, 한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보유 자산과 근무 경력, 관련 직종 교육, 범죄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어 능력시험 점수를 반영해 한국 사회 적응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국내 법령 위반에 따른 감점 항목도 넣었다.

전환 대상은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선원취업(E-10)이다. E-9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협약을 맺은 16개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발급하는 최대 4년10개월짜리 취업비자다.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 국한한다. H-2비자는 조선족 같은 외국 동포를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다. 외국 동포는 전문 기술 등을 취득한 뒤 5년마다 갱신해 영구 체류할 수 있는 F-4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F-4비자는 E-7-4처럼 3D업종 취업이 불가능했다. 조선족은 비자 선택에 따라 대부분 직종에 취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기존에도 산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한 성실근로자 재취업 제도가 있다. 성실근로자로 평가받은 E-9 근로자가 3개월 이상 본국에 머물다가 돌아오면 같은 사업장에 재취업하는 제도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중간에 인력 공백현상이 생겨 현장의 불만이 많았다. 근로자로서는 새 비자와 달리 ‘경력직 이직’도 불가능했다.

법무부가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를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면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영구 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진은 비전문취업 비자로 인천 고잔동 남동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한경DB
◆외국인 급증 따른 부작용 우려도

E-7-4 비자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새 정부의 과제다. 한국인과의 일자리 갈등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인이 3D업종을 기피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한국인이 해당 업종에서 일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런 정책 방향이라면 10년 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인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만만찮다. 경기 안산 김포 등 외국인 근로자 집단거주지역 주변에서는 치안 우려를 제기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2014년 3만684건에서 지난해 4만3764건으로 증가했다. 범죄 중 강력 범죄 비율은 50%를 웃돈다. 내국인(30%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법무부는 점수 평가 기준에 현행법 위반 사항을 넣었지만 2회 위반에 10점 감점이라 솜방망이 감점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외국인포비아(공포증)는 경계하면서도 외국인 범죄에 대한 엄격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작용 겪은 선진국은 ‘신중’

선진국이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 수요에 따라 문을 열면 사회불안이 증가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비율이 10%에 달하는 독일은 개방→폐쇄→조절로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바꿔왔다. 1965년 외국인법을 제정해 체류 기간 5년이 넘은 외국인은 무기한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1973년부터 1979년까지는 유입 자체를 막았다. 이후 산업계의 필요성이 커지자 1988년 한국의 E-9비자와 비슷한 사업장 계약근로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건설산업부문과 청소용역에 한정해 주변 동유럽 국가와 맺은 인력파견협정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영구 체류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단순직 취업비자로는 H-2가 있다. 여기에도 농업과 비농업 분야로 비자 종류가 나뉜다. 개인 신청에 의한 비자가 아니라 미 정부가 정책적 필요에 따라 대량으로 발급하는 비자다. 최대 체류 기간은 3년으로 제한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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