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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구슬땀에 일당 7만원…선거운동원은 '열정페이'

학운 2017. 4. 28. 08:04

“지지 후보를 응원하는 마음에 선뜻 나서긴 했는데…발은 물집투성이고 온몸이 쑤실 정도로 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니 씁쓸하긴 하죠.”

서울 중구에서 만난 60대 선거사무원 A씨는 퉁퉁 부은 다리를 연신 주무르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보람도 물론 있지만 최저임금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장미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25일 대선 후보 유세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선거운동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원 급여가 지난 2010년 이후 요지부동인 탓에 최저임금(6470원)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각 대선 캠프 측은 “하루 급여를 최대 7만원으로 규정해 놓은 공직선거법 탓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12시간 이상 격무…최저임금 미달 ‘열정페이’

공직선거법 제60조에 따르면 선거사무관계자는 선거사무장과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사무장과 연락소장의 경우 하루 급여가 최대 11만 5000원(수당 7만원·일비 2만원·식비 2만 5000원), 회계책임자는 최대 9만원(수당 5만원·일비 2만원·식비 2만원)이다.

유세 현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반 선거사무원은 최대 7만원(수당 3만원·일비 2만원·식비 2만원)이다

이들은 오전 7시 선거운동을 시작해 퇴근 시간대까지 10시간에서 많게는 14시간 동안 현장에서 피켓팅과 율동 등 유세 활동을 한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해도 시간당 5800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선거사무원 B(46·여)씨는 “어지간한 각오 아니고선 이 일을 끝까지 수행하기 쉽지 않다”며 “단순 알바로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 대선 캠프 소속 선거사무원 C(50·여)씨는 “일정이 바쁜 날은 하루 종일 앉지도 못한 채 피켓을 들고 돌아다녀야 한다”며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강도도 세지기 때문에 야간 유세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法, 근로자 지위 인정…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 세부 규정 미비

전문가들은 법정 근로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여를 정한 공직선거법의 허점 탓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한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원이 해당 후보 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기준법 위반 소송 상고심에서 “자신의 지휘·감독 아래 선거 홍보를 하게 하며 일정 기간 선거사무소를 운영하게 한 경우 일용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선거사무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사무원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업무 시간 제한 등 세부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통상적인 근로자가 아닌 ‘봉사자·지지자’로 간주하는 관행 탓에 선거사무원 모집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드물다. 근로시간 규정 등 계약 내용이 없기 때문에 법정 근로시간(8시간)을 초과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이종언 노무법인 유앤 노무사는 “일정 기간 캠프에 소속된 관계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특정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법정 근로시간을 보장받아야 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보통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유세 활동을 하는 특성상 일정 시간 근로를 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철마다 반복돼 온 현상이지만 국회가 선거운동원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선거사무원 급여나 근로 시간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공직선거법과 근로기준법 모두 연관된 문제여서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이 1번이 쓰인 흰 장갑을 끼고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