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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어려워진다"...정신보건법 개정안 시행에 의료계 불만 고조

학운 2017. 2. 26. 23:30

“약 8만명의 정신질환 입원환자 중 오는 5월말 이후 절반 가량인 4만명이 퇴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

의료현장에서 개정된 정신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의 요청과 의사 진단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강제입원을 한 것이 인권침해라는 비판에 정신보건법이 제정 20년만에 손질됐습니다.

조선일보 DB

5월 시행되는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현행 보다 더 강화했습니다.

기존에는▲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정신질환자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때 등 강제입원 요건에 하나만 해당해도 가능했으나, 개정안은 두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습니다.

또 개정안은 2주 내에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소견이 일치할 때에 입원을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행 이후 입원하는 환자는 2주 내에, 현재 입원 중인 환자는 1개월 내에 진단을 받아야 장기입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2주 내 환자의 입원 진단이 가능한 국공립병원 전문의는 140명에 불과합니다. 연간 강제입원 진단 건수는 13만~17만건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140명의 인력으로 연간 10만건이 넘는 환자의 강제입원 가능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는 선별 업무가 오히려 때우기식 행정 절차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이 의학적, 치료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자신이나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 치료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실제 망상과 환청이 있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본인은 병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 치료를 거부하면 치료를 시작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강제입원의 대상이 되는 급성기 조현병, 조울병 환자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 본인이 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병 초기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것도 증상이 악화돼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만 치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라고 말합니다.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의 절반인 3만 4000여명은 법 기준에 맞지 않아 퇴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환자 보호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가족 측은 “정신질환자가 있는 가정은 심각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겪는다”며 “정부가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법 개정에도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환자의 ‘인권’과 ‘치료’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모두 추구해야할 가치이지 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 시행을 눈 앞에 두고 전문가 집단은 물론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는 현 상황은 법 개정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신경정신학회 정신보건법 대책 TFT 한 관계자는 “적절한 치료가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며 "선언적인 내용만 있을 뿐 실제 정신건강증진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 대책은 반영돼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