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제거 알갱이’ 생태계 교란… 주방-세탁세제 등 적용안돼 ‘반쪽’
대학생 신모 씨(25·여)는 최근 화장품 전문점에서 세안제를 고르다 눈을 의심했다.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한 세안제가 ‘마이크로비즈’라는 홍보 팻말과 함께 버젓이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부터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인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해당 제품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각질 제거 용도로 세안제 등 화장품에 쓰이지만,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아 하천·바다에서 해양 생물의 성장과 번식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생선 등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국내에선 2015년 기준으로 화장품 업체 90곳이 화장품 331종에 총 655t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7월부터 금지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의 ‘신규’ 생산이고, 이미 생산한 제품은 2018년 6월까지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적지 않다. 제품 겉면 표기만으로는 소비자가 미세플라스틱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치약이나 주방세제는 화장품과 달리 전(全) 성분 표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제품 포장지만으로는 함유 성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미용 커뮤니티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사용 여부를 감별하는 ‘노하우’를 소비자끼리 공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화장품에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다면 △제품 겉면에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성분이 표시돼 있는지 확인하고 △알갱이가 물에 녹는지 확인해 본 뒤 △고체 상태 그대로 남는다면 미세플라스틱일 가능성이 높으니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런 방식으로 조사한 미세플라스틱 사용 화장품 300여 종의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식약처 규정이 주방세제, 세탁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방·세탁세제는 식약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캐나다 등 선진국처럼 미세플라스틱을 아예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해 모든 생활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 외의 생활용품을 폭넓게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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