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운전 신고 막으려고 휴대전화기 빼앗으면 절도죄 안돼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남의 휴대전화기를 빼앗으면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최모(29)씨의 상고심에서 절도 혐의를 무죄로, 음주운전과 폭행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2014년 3월 충북 청주시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082%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뒤쫓아온 A(당시 17세)군을 걷어차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A군이 “술을 먹고 운전한 것이냐”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A군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발로 엉덩이를 차고 휴대전화기를 빼앗았다. 최씨는 다른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2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1심은 절도와 음주운전, 폭행 등 세 가지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절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휴대전화기를 가져가라’고 말했지만, A군이 응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A군 휴대전화기를 이용 또는 처분할 목적으로 가져갔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A군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던 게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재산상 가치가 감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절도 혐의에 대해 증명이 되지 않는 이유로 무죄로 선고한 2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