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의 강제추방, 국내 수사기관의 수차례 지명통보에도 수년간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간 한 사채업자(국민일보 3월 22일자 13면 참조)의 범행 수법이 조금씩 파헤쳐지고 있다. 사정당국은 이 사채업자가 지인과 자신의 얼굴사진을 합성해 만든 여권으로 출국했다는 결정적 정황을 포착했다.
남해 해안경비안전본부는 지난 28일 사채업자 민모(53)씨를 여권불실기재·행사 등 혐의로 구속하고 밀출국 경위를 추가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민씨는 2009년 출국 뒤 지난달 바지선 속에 숨어 경남 거제 고현항에 밀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2011년 중국 공안에 강제 추방돼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몰래 빠져나간 정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최근 민씨로부터 여권 발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얼굴 합성사진의 스캔본(이미지 파일)을 확보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확인 결과 민씨의 운전기사 A씨의 여권 사진이었고, 기록상 A씨는 2011년 가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하지만 확인결과 입국기록이 없는 A씨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해경 측에 “여권을 잃어버렸다”고만 진술했다.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스캔본을 보내 A씨와 동일인이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다. 해경은 해당 사진이 A씨와 민씨의 얼굴을 합성한 것인지도 질의했고, 국과수는 합성 가능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A씨가 합성사진으로 여권을 발급 받고, 민씨가 이를 건네받아 출국했다는 의심이 커졌다.
부산지법은 지난 28일 민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씨는 애초 형량이 낮은 밀입국 혐의만 적용받아 불구속 상태였지만 국과수의 소견에 따라 영장이 재신청되면서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민씨는 여전히 밀출국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포탈 혐의액이 수십억원에 이르고 코스닥 상장사의 유상증자 가장납입에도 연루됐던 민씨에게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 수서경찰서 등에서 3건의 지명통보가 내려져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지명통보 관서에서 신병을 확보한 기관 쪽으로 수사 자료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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