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법을 어겨 적발된 사업장이 700곳이 넘지만 이중 사법처리나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은 곳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적발 건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지만, 사업장이 최저임금법을 어기고 있다는 신고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 속에 최저임금법의 강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 내년은 7.3% 오른 6470원이다.
◆ 의지 없는 고용부...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위반 처벌 비율 2% 넘긴 적 없어
29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저임금 법규 위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법 제6조와 제11조 위반 건수는 총 757건이다. 최저임금법 제6조는 최저임금 미만 지급, 제11조는 최저임금 게시와 고지 등 주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최저임금을 미달한 시급을 지급해 적발된 건수는 552건이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고지 의무를 소홀히 해 적발된 건수는 205건이다. 최저임금법은 제6조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11조를 어길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 ▲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아 처벌을 받은 건수는 사법처리(10건)와 과태료(3건)를 포함해 13건에 그쳤다.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 757건 중 1.7%에 불과한 수치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처벌받은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처벌받은 비율은 1.5%에 그친다.
고용부의 이런 '솜방망이 처벌' 행태는 올해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작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건수는 1502건에 달했지만, 사법처리와 과태료 처분을 한 건수는 22건(1.5%)에 그쳤다. 2007년(9건·0.2%), 2008년(8건·0.07%), 2009년(7건·0.04%), 2010년(13건·0.1%), 2011년(11건·0.07%), 2012년(12건·0.1%), 2013년(18건·0.3%), 2014년(18건·1.1%) 등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처벌 비율이 2%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이처럼 최저임금법을 위반해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최저임금법을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대부분 '시정조치' 지시를 내리기 때문이다. 시정조치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하는 조치를 뜻하는데, 사용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근로감독관은 추가로 별다른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
이는 해외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호주 법원은 유학생 등 12명에게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편의점 주인에게 최저임금 미지급액의 5배에 달하는 벌금 40만8000호주달러(3억6000만원)를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을 도입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에 50만유로(약 6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강력한 처벌을 명시했다. 영국은 최저임금법을 어길 시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주 명단을 공개하거나 15년 동안 고용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황희 의원은 "위반해도 시정조치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법을 누가 제대로 지키려고 하겠냐"며 "최저임금법을 두 차례 이상 위반한 사업주는 가중 처벌하는 식의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고 건수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감독 적발 건수는 매년 감소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라는 제목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올해 280만명(전체 근로자의 14.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 비율이 내년에는 더 크게 늘어 313만명(16.3%)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내년이면 대략 근로자 6명 중 1명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비중은 2010년 12.4%에서 2012년 10.7%로 잠시 줄어들었다가 2013년(11.9%)부터 계속 상승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212만명(11.9%) 수준이던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는 2014년(243만명·13.2%), 2015년(250만명·13.3%), 2016년(280만명·14.6%), 2017년(313만명·16.3%·추정)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2010년 206만명(12.4%)에서 2012년 186만명(10.7%)으로 줄어든 전임 정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 참고기사
"박근혜 정부 5년간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100만명 증가"
감독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황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저임금 위반 감독에 나선 사업장 수는 단 한 차례도 2만곳을 넘은 적이 없었다. 반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감독을 나간 사업장 수가 한 번도 2만곳을 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적발한 위반 업체 수도 크게 줄었다. 고용부가 취저임금법 감독에 나가 적발한 건수 비율은 2007년 20.1%에서 2011년 55.4%까지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7.2%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3년 41.1%로 다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4년 9.3%로 급격하게 줄어들어 2015년(7.2%), 2016년(8.2%·7월 기준)에는 한 자릿수 적발 비율로 쪼그라들었다.
- ▲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반면에 근로자 스스로 최저임금법 위반을 신고한 건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07년 26만1591건에 그쳤던 신고 건수는 2012년 32만582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는 32만9261건, 2014년(33만1370건), 2015년(34만1704건), 2016년(20만7117건·7월 기준)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근로감독관의 숫자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2012년 1043명이던 근로감독관은 2013년(1059명), 2014년(1074명), 2015년(1118명), 2016년(1185명)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해 왔다. 고용부의 감독이 부실한 탓에 근로자 스스로 나서 신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으로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한은도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들고 있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최저임금 준수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서 "근로감독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황 의원은 "최저임금은 말그대로 근로자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면서 "정부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일벌백계 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삶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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