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맡기고, 자회사가 독립손해사정사에 다시 위탁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보험사의 업무 재위탁이 자회사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받는 행위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험회사의 업무위탁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업무 재위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업무를 외부 손해사정사에 맡길 때 자회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긴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은 업무 재위탁을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 제한하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외부 업체에 위탁할 손해사정업무를 굳이 자회사를 통해서 재위탁하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DB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의 경우 지난해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을 거쳐 2499건을 16개 업체에 재위탁했다. 총 지급액은 약 17억원이다. KB손해보험은 KB손해사정을 통해 15개 업체에 2044건·13억4613만원을, 현대해상은 현대하이카손해사정을 통해 15개 업체에 1894건·11억2910원 어치를 재위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위탁을 맡기는 이유로 “손해사정해야할 물량이 많아 자회사에서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대인, 대물 등의 분야보다는 실손·암보험 등 장기보험 물량을 주로 맡긴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꾸준...공정성 문제도 제기돼
재위탁을 통한 ‘통행세’ 문제 이외에도 보험사들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문제다.
지난 2015년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대형보험회사들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보험업법 시행령을 손봐야하는 문제인 만큼 금융위원회, 법제처와 협의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보 등 손보업계 ‘빅4’가 자회사 형태의 손해사정업체를 만들어 일감을 100% 수준까지 몰아주고, 매년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맡기는 것은 ‘자기 손해 사정’”이라면서 “자회사가 보험사의 순익에 영향을 미치는 보험금 지급액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손해사정은 환자들이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분야”라고 전했다.
☞손해사정
보험 계약자에게 사고나 재해, 질병이 생기면 그 규모를 산정해 보상금을 정하는 일. 손해사정이 끝나면 보험금 지급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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