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바이오사 대표의 손에는 일명 '보톡스'(미국 앨러간의 보툴리눔톡신 브랜드명)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들려있었다. A사는 보톡스와 필러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그는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국산화 기술이 현실화된 현재 세계 '미용 시장'은 더 이상 꿈의 무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툴리눔톡신과 필러가 중심이 된 '안면 미용' 시장이 '바이오 코리아'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산 기술로 개발된 보툴리눔톡신이 출시된 지 10년 만에 국내 시장을 넘어 전 세계 5조원 규모의 보톡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안면미용 시장이 '작지만 강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안면미용 시장규모 5조원, 매년 10%대 고속성장 =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톡신과 필러를 제조·판매하는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 LG생명과학, 케어젠, 파마리서치프로덕트, 휴메딕스 등 7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8조원을 넘는다. 105개 상장 제약사 숫자의 6%인 7개 업체가 업종 전체 시가총액의 약 12%를 차지한 셈이다.
'10조원'을 넘보는 이들의 기업 가치는 보툴리눔톡신·필러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체감 수준이 더 높다. 국내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시장은 각각 1000억원, 720억원으로 전체 안면미용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19조원에 달하는 국내 제약 시장의 1% 수준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기업 가치의 바탕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세계 시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4조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하고 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필러 시장도 매년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단순히 세계시장 규모가 커서 국산 보툴리눔톡신·필러 업체가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이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공략할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자체 보툴리눔톡신 제조기술을 갖춘 국내 업체는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 등 3곳이다.
2006년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 브랜드 '메디톡신'을 허가받은 이후 휴젤의 보툴렉스(2010년), 대웅제약의 나보타(2014년)가 잇달아 개발됐다. 전 세계에서 자체 보툴리눔톡신 제조기술을 갖춘 곳은 모두 7개 업체인데 이중 절반이 국내 업체인 셈이다.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세계시장 안착 가능성은 이 제품의 세계 최대 격전지인 한국시장에서 입증됐다. 국내 보톡스 시장은 40% 이상을 점유한 메디톡스가 1위이고 휴젤과 대웅제약이 나머지를 양분했다. '보톡스 원조'인 미국 앨러건도 국내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토종 제품의 효능이 높은데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토종 3사 제품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온 2014년을 전후해 한때 100만 원이 넘던 국내 사각턱 보툴리눔톡신 시술은 4만원대로 떨어졌다.
◇안면미용 업체 영업이익률 40%, 높은 부가가치 누려 =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필러는 개발·생산 과정 규제가 의약품보다 낮아 보툴리눔톡신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국내 업계는 신흥국 위주로 발 빠르게 진출해 세계시장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LG생명과학 필러 '이브아르'의 세계시장 침투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이브아르 매출 380억원 가운데 60%가 수출이다. 이브아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이탈리아, 인도 등 22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중국 진출 3년 만에 현지 필러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케어젠도 러시아 필러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토종 필러 업체들의 선전은 국내에서도 두드러진다. 국내 필러 생산액은 2010년 15억원에서 2014년 596억원으로 연평균 150%가량 급성장한 반면 수입액은 연평균 11%대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필러 수입액은 감소추세"라며 "토종 업체들이 꾸준히 국내시장 점유율을 늘린 결과"라고 말했다.
높은 부가가치도 안면 미용 '10조원' 기업가치가 허상이 아닌 이유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메디톡스의 영업이익률은 57.1%, 케어젠과 휴젤, 휴메딕스는 각각 42.1%, 38.4%, 31.7%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높은 부가가치가 안면 미용 시장의 최대 강점"이라며 "특히 보툴리눔톡신은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부가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미용 한류'의 다음 목표는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진입이다. 국내에서 가능성이 입증된 토종 보툴리눔톡신이지만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하면 점유율은 미미하다. 세계 시장에서 앨러간 '보톡스'가 74%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이고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가 15%로 2위, '내성 없는 보톡스'로 유명한 독일 멀츠 '제오민'이 3위(7%)다. 메디톡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 정도로 4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세계 안면 미용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우리 기술로 만든 보툴리눔톡신이 '보톡스'가 탄생한 본토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