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8년간 양육비 안 주는 의사 남편

학운 2016. 7. 14. 08:34

Q. 8년 간 두 아이의 양육비를 안 주는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저와 남편은 8년 전부터 별거하고 있습니다. 8년 전 제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중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제가 아이를 낳으면 이혼하고 결혼하기로 약속했더라고요. 전 화가 나서 둘을 간통으로 고소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편과 그 여자는 그 때 '사랑이 무슨 죄냐?'면서 당당했고 단 한 번도 제게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남편과 같이 살 수가 없어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 옆으로 이사를 해 지금까지 친정부모님과 같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으라'는 친정부모님의 권유 때문에 제가 남편에 대한 이혼소송을 취하해 아직까지 이혼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남편이 별거 후 지금까지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육비를 하도 안 줘서 5년 전 제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받았는데도 남편은 '돈이 없다'면서 양육비를 안 주고 있습니다.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보니까 남편이 대출이 많고 재산이 없기는 했습니다. 자기 말로는 주식투자 실패로 빚을 많이 졌다고 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작기는 하지만 개인의원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고 얼마 전 차를 새로 바꾼 걸 보면 양육비를 아예 못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간통 고소와 이혼소송을 했던 것에 앙심을 품고 안 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는 임시직으로 100만원이 좀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친정부모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간신히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돈이 정말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남편이 양육비를 내게 할 수 있을까요?

A. 8년 간 두 아이를 혼자 키워오신 선생님께 박수와 응원과 위로를 보냅니다. 엄마의 힘은 위대하다는 거 가사소송을 직업으로 하면서 많이 느낍니다. 선생님 남편처럼 양육비를 안 주는 아빠들이 아직도 정말 많거든요. 가끔씩 양육비를 안 주려고 직장을 그만 두거나 재산을 감춰버리는 아빠들을 보면 능력이 있는데도 양육비를 안 주는 경우는 무조건 구속하는 걸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강력한 방법이 없어서 양육비지급 의무자가 직장과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양육비를 무사히 받기가 쉽지 않답니다. 그래도 일단 지금 가능한 조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5년 전 받은 양육비 판결문이 있으니 그걸 근거로 남편에 대한 양육비 이행명령을 가정법원에 신청하세요. 양육비 담보제공명령 등 다른 조치가 있긴 하지만 양육비 이행명령이 가장 강력한 효력이 있으니까 이행명령 신청을 권합니다.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선생님 남편이 양육비를 안 준 이유가 뭔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에는 이행명령을 내립니다. 남편이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았는데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남편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고 30일 이내의 감치(監置)를 명할 수 있습니다. 즉 남편이 이행명령을 받고도 계속 양육비를 안 준다면 최장 30일까지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행명령 재판과정에서 판사님이 이행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안 주면 이런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걸 설명하시기 때문에 이 단계까지 가면 지급능력이 있으면 대체로 양육비를 주더라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그리고 양육비 판결문을 근거로 남편의 재산과 수입에 강제집행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 명의의 재산이 없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의 임대차보증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요양급여는 있을 것입니다. 양육비 판결문을 근거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이 재산들에 강제집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남편에게 빚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 이 재산들도 다른 채무자들이 이미 가져갔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고 강제집행절차가 복잡하지 않으니까 일단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그동안 못 받았던 양육비를 받으시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씩씩한 엄마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