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모델 허벅지에 흉터

학운 2016. 2. 29. 17:02

모델 겸 연기자인 K씨는 2014년 6월 주말 오전에 자신의 소형 승용차를 타고 강원도 강릉의 한 삼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앞쪽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25t 유조차가 K씨 앞 차를 피하려다 교차로의 신호등을 들이받고 도로에서 뒤집힌 것이다. 삽시간에 트럭에서 시뻘건 불길이 솟았다. 새어 나온 휘발유가 도로 표면을 따라 흘렀다. 불길은 K씨 차로 옮아붙었다. 그는 간신히 차에서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양쪽 허벅지에 2도 화상을 입었다.

K씨는 이후 "허벅지에 화상을 입어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이 어렵게 됐으니 3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유조차의 공제사업자인 전국 화물차 운송사업 연합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허벅지는 평소 쉽게 눈에 띄는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3300만원 배상 요구는 과하다"고 맞섰다. 이 사건의 적용 법령인 국가배상법 시행령은 '배상 부위'를 다리의 경우 타인에게 쉽게 노출되는 무릎 아래의 흉터로 규정하고 있다. 허벅지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 67단독 정성균 판사는 "연합회는 K씨에게 3279만원을 지급하라"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 판사는 "허벅지가 일반적인 노출 부위는 아니지만 K씨가 모델 겸 연기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고로 인해 향후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직업 특성상 K씨가 자주 허벅지를 드러내는 의상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