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교통·보험판결

아버지가 낸 교통사고 부상자, 아들이 대신 병원 후송했다면?

학운 2016. 7. 3. 21:34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를 낸 운전자가 해야할까.

해당 운전자의 지배 아래에 있는 사람을 통해 구호조치를 해도 무방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영식)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인정 죄명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1월18일 오후 4시25분께 광주 남구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위드마크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0.051%)로 승합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적색신호)를 건너 던 B(여·당시 70)씨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충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아들을 불러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수사기관은 A씨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판단, A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를 적용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B씨는 같은 달 23일 숨졌다.

1심은 A씨의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사실을 인정, 금고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도주차량과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교통사고를 낸 직후 119에 신고전화를 한 차례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으며, 이후 아들에게 전화해 사고현장으로 올 것을 지시하면서 B씨를 자신의 차량에 싣고 아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사고 현장 맞은 편 도로로 차량을 이동시켜 기다렸다는 것이다.

또 몇분 뒤 사고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같은 날 오후 4시50분 이전 B씨를 인근의 병원으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이어 112에 신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버지의 사고사실과 신원·연락처 등을 알려준 점, B씨가 피를 흘리는 등의 외상을 입지 않은 점, B씨가 질문에 대답하는가 하면 스스로 병상에 누울 정도로 의식이 있었던 사실, 병원에 10~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해 상태가 크게 위중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의사의 판단 등도 작용했다.

A씨가 비록 119구급차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아들을 통해 B씨를 병원에 후송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1심은 또 '사고 직전 소주 반병 또는 3잔 정도를 마셨다'는 A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 계산된 혈중알코올농도 0.051%는 A씨의 상태를 정확하게 나타낸다 볼 수 없다고 봤다.

즉 호흡측정이나 혈액채취에 의한 방법으로 측정된 것이 아닌 추정에 근거한 계산식인데다 수치도 음주운전이 금지되는 0.05%를 불과 0.001% 초과한 것으로, 이 같은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는 'A씨가 사고 직후 119 신고를 하지 않았다. B씨의 응급실 이송을 지체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것과 같다'며 항소했다.

음주운전 혐의 역시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계산된 수치인 만큼 처벌범위에 속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씨에게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운전자가 할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사람을 통해 구호조치를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소주를 3잔 정도 술잔 가득 채워 마셨다'는 A씨의 진술을 근거로 추정, 계산한 것으로 정확하게 산출된 수치가 아니다. 부정확한 산정방식으로는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