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가해행위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피해자를 태아와 임산부 각자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아직 출생하지 않은 태아의 피해 부분은 별도로 논의하지 않고 임산부에 대한 가해행위만을 판단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제3자인 의사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산모와 태아를 각각 독립된 피해의 객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단(2009도1025)이 있다.
X대학병원 소속 산부인과 의사 A씨와 내과 의사 B씨는 밤 11시 반경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거쳐 산부인과로 내원한 임산부 C씨를 함께 진료(협진)했다.
A씨는 내원 당시 임신 32주였던 C씨를 진료함에 있어 짧은 시간 경과를 살펴봤을 뿐,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았고, C씨에게 태아감시장치나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하지도 않았다.
또 B씨는 협진 중이던 A씨로부터 “산부인과적 원인이 아닌 장염으로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C씨의 건강 문제가 산부인과적 문제일 가능성은 배제한 채, 지속적으로 관찰한 C씨의 상태와 혈액검사결과를 A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 결과 다음 날 오전 7시경 C씨는 질에서 하혈을 했고, 뱃속의 태아는 태반조기박리로 숨을 거뒀다.
이에 검찰은 C씨의 태아를 숨지게 한 X대학교병원 소속 의사 A씨와 B씨의 행위가 산모인 C씨에 대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의 행위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아니라고 봤다. 태아와 산모를 독립된 객체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현행 형법은 사람에 대한 상해와 과실치사상의 죄에 관한 규정과는 별도로 태아를 독립된 행위객체로 하는 낙태죄, 부동의 낙태죄, 낙태치상 및 낙태치사의 죄 등에 관한 규정을 두어 태아를 임신 중인 부녀의 자기낙태행위 및 제3자의 부동의 낙태행위, 낙태로 인해 이러한 부녀를 상해 또는 숨지게 한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과실낙태행위 및 낙태미수행위에 대하여 따로 처벌규정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아와 산모를 상해 등 죄에 있어 ‘독립된 객체’로 판단한 재판부는 "우리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거나, 낙태행위가 임산부의 태아양육, 출산 기능의 침해라는 측면에서 낙태죄와는 별개로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해석된다"며 태아 사망이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에 따르면 형법상 태아가 숨진 부분에 대해서는 ‘낙태죄’가 별도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두고 임산부의 신체에 대한 상해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판결 팁 =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우리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태아를 임산부와 분리해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사안에서도 의사 A씨와 B씨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과실이 만약 태아를 사망하게 한 것과는 별도로 실제로 임산부 C씨의 신체도 다치게 한 경우였다면 이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위 판례에선 태아사망외에 임산부의 다른 신체에 대한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경우다. 별도로 산모의 신체 훼손을 초래한 경우까지 산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아니라고 본 것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전 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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