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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생화학 실험장 되는 부산, “탐지 장비만 도입”은 거짓말

학운 2016. 6. 12. 21:02

미 방산업체, “통합관제소, 생물학분석연구 요원 등 모집 공고”... 샘플 분석은 기본

부산항 제 8부두 위치
부산항 제 8부두 위치ⓒ자료사진

한국 국방부는 미군이 부산 도입을 확정한 생화학 프로그램인 '주피터 프로젝트'에 관해 마치 생화학 관련 탐지 장비만 들어오는 것으로 밝혔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부산 시청에 보낸 '주한미군 주피터 프로그램 추진 관련 '답변서에서 "부산 제 8부두에 도입되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장비들은 이미 성능 검증을 완료한 상태로서, 검사용 샘플을 활용한 추가적인 검증이 불필요하며, 부산 제 8부두에서는 어떠한 검사용 샘플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샘플 실험 등이 아니라 탐지 장비만 도입하는 것이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중의소리가 최근 미 국방부가 '주피터 프로젝트'의 부산 도입을 공식 발표하고 관련 방위산업(방산) 업체들이 공식적으로 이에 참여할 전문 인력 구인 광고를 확인한 결과,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각 방산 업체들은 주로 탐지 장비를 담당하는 '주피터 관리자(JUPITR maintainer)' 외에도 통합위협관제소 요원(JACCS operator), 생물학분석연구 요원(BICS/AED operator) 등 세 분야의 인력을 동시에 모집하고 있다.

‘주피터 프로젝트’ 관련 전문 인력 모집 광고
‘주피터 프로젝트’ 관련 전문 인력 모집 광고ⓒ해당 모집 공고 캡처

모집 공고에 따르면, 통합위협관제소 요원은 여러 곳에 위치한 장소에서 각종 생화학 공격 반응 센서들을 관리 및 통합하는 임무로 생화학전 분석 경험과 실시간 분석 능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생물학분석연구 요원은 연구실에서 샘플(sample)의 수거와 전달, 분석 등을 하는 임무로 반드시(must) 생화학 연구실 경험과 생화학전에 익숙한 경험을 소지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모집 공고는 '주피터 프로젝트'는 해당 분야의 구성원들로 이뤄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피터 프로젝트’ 관련 인력 자격 요건
‘주피터 프로젝트’ 관련 인력 자격 요건ⓒ해당 모집 공고 캡처

따라서 부산 지역에 도입될 생화학 프로그램인 '주피터 프로젝트'는 단순히 탐지 장비만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생화학전 통합 관제소는 물론 이에 따른 생물학전 실험실, 그리고 생화학전 샘플 분석 능력이 있는 연구원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주피터 프로젝트'를 직접 주관하는 미 육군 에지우드생화학센터(ECBC)가 밝힌 자료에도 '주피터 프로젝트'의 핵심은 생물학분석능력(BICS)이며, "하루(24시간) 또는 4~6시간 안에 50~100개 관련 샘플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화학전 전문인력 모집 나선 미 방위산업체들

생물학 샘플 분석 중요성을 밝히는 ‘주피터 프로젝트’ 내용
생물학 샘플 분석 중요성을 밝히는 ‘주피터 프로젝트’ 내용ⓒECBC 공개 자료 캡처

또 '주피터 프로젝트'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ECBC 소속 피터 에마뉴엘 박사도 지난해 5월 12일, 한 세미나에서 "주피터 프로젝트는 미군 생화학방어국이 주관하는 최대 규모(The JUPITR ATD is the largest 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ion (ATD) ever undertaken by the US Chem/Bio Defense Program)"라면서 "생물학분석능력을 위해 주한미군 연구실에 여러 패키지를 보냈으며, 이 패키지는 고도의 샘플 처리(량)를 가능하게 할 것(These capability packages enable high sample throughput)"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피터 프로젝트'는 북한의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최대의 생화학전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3년부터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암암리에 추진됐다. 또 이 과정에서 한국 국방부도 모르게 16차례에 걸쳐 탄저균 등 생화학전 샘플이 도입되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뜬금없이 미군이 부산 지역에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이 생화학전 프로젝트의 부산 도입이 확정되자 미 방산업체들은 관련 탐지 장비 등의 미 국방부 납품 사실을 발표하면서, 부산 지역 근무에 참여할 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이 전문 인력에는 '주피터 프로젝트' 유지 및 관리 요원은 물론 통합위협관제소 요원, 생물학분석 연구 요원 등 생화학전에 필요한 모든 요원을 모집하고 있어, 그 방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생화학전 관련 탐지 장비만 들어온다는 우리 국방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닌 셈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부산 시민을 우롱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적어도 4년 넘게 진행되어 온 '주피터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는 것인지 여부다. 생화학전 관련 총체적인 장비와 요원들이 부산에 도입되면서 부산 지역은 이제 미군의 거대 생화학 실험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방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당장 이러한 위기에 처한 부산시(청)의 긴급한 대응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