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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30일 안됐다면 ‘신속채무조정’을

학운 2022. 10. 24. 08:18

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엄혹한 계절이다.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근래에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이자 부담이 무거워졌다. 연체가 쌓인 이가 적지 않다. 혼자 끙끙 앓다가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자. 짓누르는 빚의 무게를 덜어내 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공익 특수법인인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가 운영하는 신속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개인워크아웃 등 사적 조정 제도가 있다. 반대편 공적 조정 제도로는 법원에서 결정하는 개인 회생·파산이 있다.

◇연체 1~3개월이면 프리 워크아웃

곧 연체할 것 같다거나 했더라도 기간이 30일 이내라면 초기에 손을 쓸 수 있다. 신복위의 신속채무조정을 이용하면 된다. 연체 이자를 감면받고 6개월간 상환 유예 조치를 받고 나서,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려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게 된다. 이자를 최고 연 15%(신용카드는 10%)로 적용하기 때문에 낮출 수도 있다.


연체 기간이 31일 이상 89일 이하라면 프리 워크아웃을 이용해보자. 상환 능력을 보고 이자율을 원래 약정된 이자율의 30~70% 수준으로 결정해서 최저 연 3.25%에서 최고 연 8% 사이로 결정한다. 원래 이자율이 연 3.25% 미만이면 그대로 적용한다. 연체 이자를 감면하고 최장 10년간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하게 된다.

연체가 3개월이 넘었다면 개인 워크아웃으로 부담을 줄여볼 수 있다. 신청 후 채무 조정이 받아들여지면 연체 이자가 감면된다. 원금은 최대 70%까지 탕감받을 수 있는데,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 취약 계층이라면 최대 원금의 90%까지 감면이 가능하다.

◇신복위에 채무 조정 신청하면 바로 추심 중단

신복위의 3가지 채무 조정 제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격 요건에 신청 시점에서 6개월 이내에 새로 발생한 채무 원금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빚을 낸 지 얼마 안 돼서 원금이나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또한 세 가지 제도 모두 금융회사 전체 채무액이 15억원(담보 대출 10억원, 무담보 대출 5억원 한도) 이하여야 한다. 신청 비용 5만원이 든다. 신청한 바로 다음 날부터 채권 추심이 중단된다. 은행·카드사·저축은행·캐피털·대부업체 등 신복위와 협약을 맺은 여러 금융회사의 채무를 한 번에 조정해준다.

신속 채무 조정과 프리 워크아웃은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이라 초기에 이자 부담이 다소 크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하며, 두 제도는 원금 감면은 없다. 개인 워크아웃은 원금 감면 후 최장 10년(담보가 있으면 35년) 동안 나눠 갚게 된다. 2002년 신복위 설립 이후 작년 말까지 채무 조정을 신청한 인원은 209만여 명이며, 그중 89.3%인 197만여 명의 채무 조정이 받아들여졌다.

◇사채·보증·체납까지 해결하려면 법원 찾아가야

빚이 금융권에만 있다면 신복위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채, 보증, 세금 체납, 물 품대금 미지급까지 쌓여 있다면 법원을 노크해야 한다.

법원에서 채무를 조정할 때 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개인 회생을 이용하면 된다. 3~5년간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매달 상환하면 남은 빚을 없애준다. 소득도 변변치 않고 빚이 워낙 많아 개인 회생마저 이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개인 파산을 선택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재산으로 빚을 일시에 청산하고 남은 빚은 탕감받을 수 있다.

법원의 채무 조정은 원금 탕감 폭이 신복위보다 크고 갚는 기간도 짧다. 하지만 변호사 비용이 발생하고, 신청 후 인가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도 수개월이 걸린다. 개인 회생 인가 시 최소 생활비 인정이 상당히 깐깐하다. 금융 채무 불이행자 기록도 개인 회생은 다 갚을 때까지 남고, 개인 파산은 5년간 기록이 남는다. 반면 신복위의 개인 워크아웃은 2년만 성실히 갚으면 기록을 없애주기 때문에 빠른 신용 회복이 가능하다.

신복위에서는 법원의 개인 회생이나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으니 빚 탕감이 필요하면 변호사부터 찾기보다 신복위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영업자 연체는 새출발기금으로 원금 감면

연체가 생긴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새출발기금을 통해 원금을 감면받거나 대출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원금의 60~80%를 감면해준다. 기초 수급자를 비롯한 취약 계층은 90%까지 원금을 깎아준다. 다만, 원금을 감면받으려면 전체 빚이 재산보다 많아야 한다.

원금 감면 대상이 되면 이자, 연체 이자도 전액 감면한다. 남은 원금은 최장 1년 거치 기간을 두고 갚거나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식 중에 택일할 수 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원금을 줄여주지는 않지만 이자율이 최고 연 9%로 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