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산업판결

출근 일주일 동안 4번 지각한 A씨…"권고사직

학운 2021. 12. 1. 17:27

취업난을 뚫고 겨우 직장을 구한 A씨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일주일만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A씨는 출근을 시작한 일주일 동안 무려 네번을 지각했습니다. 5일을 출근하는 동안 제 시간에 출근한 건 고작 하루 뿐인 셈인데요.

권고사직 통보를 받게 된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날 아침 A씨가 눈을 뜬 시각은 오전 9시30분. 출근시간인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회사에 갔지만 회사 인사 담당자는 "이제 안 나와도 된다"며 A씨를 돌려보냈습니다. 부모님 생각을 하니 A씨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이 상황,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사직 권고, 근로자가 동의했다면

A씨는 권고사직의 형태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권고사직이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것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자유의사에 따라 사표를 제출해 퇴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권고사직은 본인의 사직서 제출에 따라 회사가 이를 수리한 함으로써 근로계약이 합의 하에 해지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사측의 강요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제출한 게 아닌 이상 부당해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A씨가 퇴직 과정에서 의문이나 불만을 갖게 됐어도 퇴직권유에 수긍했고, 이에 따라 사직서까지 제출했다면 사실상 구제받기 어렵습니다.


만약 A씨가 지각을 이유로 권고사직 아닌 해고를 당했다면 어떨까요? 이때는 A씨의 법적 근로형태에 따라 회사의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용계약을 맺을 때는 정해진 시간에 근로를 제공하는 행위가 바탕이 됩니다. 그 대가로 직원들은 임금을받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근로자는 고용계약을 어긴 셈입니다. 사용자는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한 근로제공의무를 위반한 근로자에게 자유롭게 징계를 내릴 권한을 가집니다. (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21337 판결)

◇지각도 해고사유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측이 징계를 받은 직원을 무조건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징계해고의 사유 중 잦은 지각은 근무태도 불량에 해당하는데요. 판례는 근무태만 판단 시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 판단 시 인사고과, 결과, 업무실적, 출결상황, 상급자나 동료 근로자의 해당 근로자에 대한 평가 등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판 2002.7.26, 2000두9113)

통상 지각을 주 원인으로 한 해고는 매우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실제로 206일 동안 66일이나 지각을 한 모 회사 직원이 해고를 당했다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한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직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직원과 같은 직무를 수행한 이들도 여러 번 지각했으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근태 불량이 징계사유는 될 수 있지만 해고사유까지는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3개월 간 59회의 무단외출과 7일 간의 지각을 하고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해고된 레미콘 회사 직원에 대해선 정당한 해고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누15742 판결)

회사와 정직원으로서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4번의 지각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해고사유가 적법하더라도 사측은 근로자에게 해고 30일 전 미리 예고를 하거나 당일 통보의 경우 한 달 치 임금만큼의 해고예고수당을 줘야 하는데요. 그러나 A씨처럼 일한 지 3개월이 안 된 근로자는 해고예고 대상이 아닙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이른바 수습사원일 거라고 예측했는데요. 수습사원은 근로기준법상 '시용근로자'라고 부릅니다. 시용이란 본채용 전에 근로자의 직업적성이나 업무능력의 평가를 위해 정규직 근로계약을 유보한 채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기간을 두는 제도입니다.

회사는 시용근로자의 근무태도나 능력 등을 관찰한 후 직무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본채용을 거부
할 수 있습니다. 그 거부사유의 범위는 정규직 해고사유에 비해 넓습니다. 즉 A씨가 해고를 당한 시점에 정식 사원이 아닌 시용근로자일 때 사측은 첫 출근 일주일 동안 4회를 지각한 행위를 충분히 문제삼을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신입사원이 수습기간 3개월 동안 근무지 이탈, 규정복장 착용의무 위반, 근태불량 등을 행해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 2018부해181, 2018.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