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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호 관광단지 ‘유령도시’로 전락

학운 2016. 5. 12. 08:42
당장 올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입니다.” 11일 낮 경기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 관광단지는 썰렁했다. 단지 내 횟집 40여곳 가운데 30여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10여곳도 개점휴업 상태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넓은 주차장은 텅 비었고, 활어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수족관은 먼지만 수북했다. 인근 국도변에 있는 조개구이촌도 한산했다. 가게가 밀집된 한 상가 건물은 통째로 문을 닫았다.

11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 관광단지 내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대형 개발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관광객들이 매년 줄고 있다.


평택호 관광지에서 13년째 횟집을 운영한다는 김모씨(62)는 “건물을 부수고 업종을 전환하고 싶어도 관광지로 지구 지정이 돼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벌어서 전기요금 내기도 벅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서해안 명소로 꼽혔던 평택호 관광지가 쇠락을 거듭하다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횟집과 포장마차 등 150여곳에 주말이면 관광객 1만여명이 찾던 예전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평택호 관광지를 우회하는 외곽순환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충남 삽교호에 수산시장이 들어서면서 10여년 전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상인들은 주변 여건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평택시가 해법으로 제시한 민간투자 방식의 개발이 ‘독’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적 관점에 함몰된 편중된 민자유치 정책으로 인해 관광지 개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관광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개발도 안 하면서 수십년간 개인 재산권만 묶어 놨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평택호 관광지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을 끌어들여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라며 “사업의 개발 규모를 축소해 평택시가 직접 추진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택호 관광단지 민간투자 개발 사업은 2006년부터 본격화됐다. 2조원을 들여 평택호 관광지 274만3000㎡에 세계적인 수변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참여 업체의 자격 미달 등으로 번번이 실패하면서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평택시는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한 건설사 측에 사업 조건으로 매년 80억원씩 30년간 2456억원을 납부하는 ‘부의 재정지원 (민간 사업자가 모든 건설 비용을 부담한 뒤 수익금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제도)’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자 지난달 말 건설사는 “무리한 투자 조건을 따를 수 없다”며 사업을 포기했다.

평택시는 재공고를 통해 새 사업자를 다시 선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무리한 투자 조건 등으로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가 없어 요원한 상태다.

평택시 관계자는 “재공고 이후에도 참여 업체가 없을 때에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