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신탁에 유산 맡기면 몰아주기 상속 가능…근간 흔들리는 상속제도

학운 2020. 3. 22. 20:23

사망 시점 1년 이전에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신탁자산은 유류분(遺留分)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유류분은 고인(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이번 판결로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재산을 상속할 길이 열린 셈이어서 상속 관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3부(부장판사 김수경)는 최근 고인의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고인의 둘째 딸을 상대로 11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며느리는 고인인 시어머니가 둘째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사망 3년 전 가입한 유언대용신탁 자산에 대해 유류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에서는 유류분의 범위를 상속이 이뤄지는 시점에 고인이 소유한 재산, 생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사망하기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으로 본다. 재판부는 “고인이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고인이 아니라 신탁을 받은 금융회사가 가진다”며 “신탁계약 또한 3년여 전에 맺어져 유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탁재산은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되면 수탁자 소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