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채무자의 부동산 신탁, 사해행위로 취소 가능할까?

학운 2019. 10. 7. 22:10

Q.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대해 신탁회사와 담보신탁 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회사에 부동산을 이전했습니다. 이에 A씨의 채권자인 B씨는 이 부동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A씨에게는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재산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B씨는 A씨의 이러한 신탁 설정행위를 사해신탁이라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을까요?
채무자가 신규자금 조달을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신탁회사 등에 유일한 소유인 부동산을 담보신탁의 목적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 잦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신탁재산이 됨에 따라 더 이상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럴 때 채권자는 채무자의 이러한 신탁 설정행위가 신탁법 8조의 사해신탁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해볼 수 있습니다.

사해신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신탁 설정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즉 사해행위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채권자를 해한다’는 의미는 채무자의 모든 재산이 신탁 설정행위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사례는 물론, 이미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더 많았더라도 이러한 상태가 더욱 심화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7다2718 판결)

한편 채무자는 신탁을 자익신탁으로 또는 타익신탁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자익신탁이란 위탁자가 신탁수익에 대한 수익자가 되는 것이고, 타익신탁이란 위탁자가 아닌 제3자가 수익자가 되도록 하는 신탁을 가리킵니다.

이처럼 타익신탁은 3자에게 수익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앞의 사안에서 A씨가 설정한 신탁이 타익신탁이라면 사해신탁으로 인정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A씨가 설정한 신탁이 자익신탁이라면 채무자가 수익권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타익신탁과는 달리 채무자의 총 재산이 무조건 감소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채무자의 자익신탁 설정행위가 사해신탁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자익신탁에서는 비록 신탁재산이 위탁자(채무자)의 책임재산에서 제외되지만, 위탁자가 수익권을 갖게 되었고, 위탁자의 채권자가 이러한 수익권을 통하여 채권을 만족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신탁계약으로 위탁자의 책임재산에 실질적인 감소가 초래되었는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능성에 새로운 장애가 발생했는지 여부 등을 신중히 검토해서 사해신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2011. 5. 23.자 2009마1176 결정).

자익신탁이더라도 채권자가 위탁자(채무자)의 수익권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위탁자는 수익권을 증서로 만든 다음 이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활용하는 예가 잦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채무자의 신탁 설정행위가 자익신탁이더라도 사해신탁이 성립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사해신탁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신탁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에 따른 위탁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등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