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해당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를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입건했다. 피해자는 이들을 '부동의 낙태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이들에게 낙태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았다. 또, 실수로 낙태를 한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과실 낙태죄'라는 죄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동의 낙태죄는 ‘산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고의로 낙태를 한’ 경우에 성립되는데, 피의자들은 시술의 대상자를 계류유산한 산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산된 태아를 산모의 몸에서 꺼내려는 고의를 가졌던 것이고, 낙태라는 결과는 시술 대상 산모가 실제로는 살아있는 태아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시술을 한 '과실'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수로 범한 죄이므로 '과실'이라는 명칭이 붙고, 의사나 간호사가 업무상 수행하는 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이므로 '업무상'이라는 용어가 붙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왜 태아를 죽인 행위인데 '상해'를 입혔다는 취지의 '치상'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경우라면, '과실치사죄'고 의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법률상 '태아'의 법적 지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태아는 아직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살인죄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출생한 때로부터 권리능력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이는 우리 법체계의 기본 원칙이나,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해서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1000조 제3항 및 태아 자신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등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불리하거나 공평에 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출생한 때'가 언제이냐에 대해 형사 사건에서는 산모가 진통을 시작하여 분만이 개시될 때부터라고 보는 진통설(분만개시설)을 택하고, 민사 사건에서는 태아가 산모의 자궁에서 모두 나온 시점, 즉 전부노출설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므로 분만 도중 과실로 태아를 사망케 하였다면 이는 이미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과실치사'로 판단한다. 그러나 분만이 시작되지 않은 태중의 태아의 경우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산모의 신체에 대한 상해로만 의율할 수 밖에 없어 '과실치상죄'를 적용하는 것이다.
태아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비록 산모의 자궁 안에 있더라도 사람의 형체를 모두 갖추고 있는 태아에게 사람으로서의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출산 시 태아 사망률이 극히 낮은 현대에 태아가 사람이 될 확률은 대단히 높다. 더구나 저출산율 시대에 태아의 지위는 과거와는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한 번쯤 법정책적으로 고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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