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동양대 총장상 위조 여부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와 관련해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자신의 PC 컴퓨터를 학교 연구실에서 개인의 집으로 옮긴 것을 두고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었기에 오늘은 증거인멸죄에 대해 살펴본다.
증거인멸죄는 전제되는 범죄가 존재할 때에만 성립이 된다. 검찰은 청문회가 있었던 밤에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죄'로 전격 기소했다. 공소시효의 마지막날이었다. 공소시효는 검찰이 해당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을 말하고, '기소'라 함은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절차를 말한다. 민사 재판은 원고의 '소 제기'로 소송이 시작되지만, 형사재판은 검사의 '기소'로 소송이 시작된다. 이제 사문서위조죄 성립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사문서위조죄가 성립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정 교수가 PC를 옮겨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없다면 증거인멸죄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증거인멸죄에 대해 더 정확히 살펴보기 위해 사문서위조죄의 성립과 증거 인멸 행위라는 두 개의 사실관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의 행위는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죄는 '타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이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인 경우에는 범죄 성립을 인정하되, 처벌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를 보면,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도 인정(人情)이 있다. 사람에게는 스스로의 범죄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본능이 있음을 인정한다. 형법은 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책임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가족이 범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정(情)이다. 결국 법은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이렇게 가끔 관용을 베푸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 적용 현실에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응징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강력하게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추단하게 만드는 불리한 정황이 되거나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의 구속 사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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