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법원 "이혼할때 '연금 포기' 명시 안했으면 연금 수령 가능"

학운 2019. 7. 22. 08:25

이혼 조정 시 '연금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명시가 없으면 이혼 후에도 전 배우자의 공무원 연금을 분할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옥)는 퇴직 공무원의 전 배우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퇴직 공무원인 B씨와 2017년 10월 조정 성립을 통해 이혼했다. A씨는 2018년 10월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원연금법 제45조에 근거해 B씨가 수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분할해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공무원연금법 제45조는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배우자와 이혼했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퇴직연금 수급권자이며 65세가 된 경우 배우자였던 사람의 퇴직연금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A씨가 2017년 이혼 조정 당시 '이혼 당사자들은 앞으로 위자료, 재산분할 등 일체의 모든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정조서를 작성했다"며 분할연금 청구 불승인 통보를 했다.

이에 A씨는 불복 소송을 냈다. A씨는 "이혼소송에서 B씨가 수령하는 공무원연금을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며 "조정 시 B씨와의 분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체의 모든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기재를 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이혼소송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별도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런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 제46조는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 그에 따른다고 규정하지만, 그렇게 보기 위해서는 이혼 재산분할 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했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면서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런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혼 시 재산분할 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을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A씨와 B씨가 협의한 내용은 향후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상대방 자산이 발견되더라도 서로에 대해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으로 보이고, A씨가 B씨에 대해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까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