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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버스는 '고물', 경찰관 버스는 '리무진'

학운 2016. 5. 9. 09:00
직업 경찰관들이 타는 버스는 주로 연식이 짧고 고급형인 반면 의무경찰(의경)들이 타는 버스는 다수 연식이 오래되고 구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전 경찰대생과 의경 사이의 '급식 차별'을 연상케 하는 '버스 차별'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머니투데이가 서울지방경찰청 등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제출받은 '의경·경찰관 기동대 버스 현황' 자료를 종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의경 버스는 노후화 문제가 심각했다. 총 499대 중 무려 137대(27%)가 '사용기한 8년'(공용차량관리규정)을 1~5년 넘긴 2003~2007년식이었다. 의경 버스가 가장 많은 서울청은 189대 중 70대(37%)가 기한을 초과했고, 경북청의 경우 19대 중 과반수인 11대(58%)가 기한을 넘겼다.

반면 경찰관 버스는 대부분 연식이 양호했다. 전국 166대 중 12대(7%)만 사용기한을 넘긴 버스였다. 서울청은 60대 모두 기한을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청은 경찰관 버스 7대가 2012~2015년식인 가운데 의경 버스 15대가 2006~2011년식이었다. 마치 경찰관들이 새 버스를 기한 안에 쓴 뒤 의경들에게 물려주는 듯한 모양새였다.

더욱이 전국의 경찰관 버스는 연식과 별개로 고급형이 대다수였다. 총 166대 중 140대(84%)가 '리무진 버스'였다. 특히 서울청 개별로는 60대가 전부 리무진이었다. 인천청 등 9개 지방청도 경찰관 버스를 100% 리무진으로 마련해 놓았다. 전국의 의경 버스 499대 중에서도 리무진이 219대(44%) 있었지만 경찰관 버스에 비춰보면 비율이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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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버스의 노후화 문제는 통계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가 거의 매일 운행되고 대기 중에도 의경들의 냉·난방을 위해 시동을 걸어놓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연식의 타 정부기관 버스보다 더 낡을 수밖에 없다. 버스가 1시간 시동을 건 채 대기하면 수십㎞ 운행한 효과를 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한때 경찰대생에겐 국산 김치와 쇠고기를, 의경에겐 중국 김치와 미국 쇠고기를 먹게 한 급식 차별이 떠오른다"며 "이번엔 버스 차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차별을 해야 한다면 오히려 국방 의무를 수행중인 의경들의 버스를 더 최신·고급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의경과 경찰관을 차별해 버스를 교체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버스에 대해 사용기한이 지나면 예산 범위 안에서 새것으로 바꾸고 있다"며 "다만 운행거리 등을 고려해 일부 버스를 연장 사용하다 보니 차별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