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불이 날까봐 예비열쇠로 문을 열고 세입자가 없는 집에 들어간 건물주에게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있을까. 건물주가 세입자 동의 없이도 세입자 주거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을 한 이상 주거침입의 고의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주거침입죄 혐의로 기소된 ㄱ씨(68)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단 벌금 50만원이었던 원심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ㄱ씨는 2017년 12월23일 오전 9시쯤 자신의 건물에 있는 임차인 ㄴ씨의 집에 허락 없이 평소 소지하고 있던 예비열쇠로 출입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재판에서 건물에 불이 날까봐 걱정돼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을 뿐 주거침입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ㄴ씨의 집에서 강한 석유 냄새가 나서 ㄴ씨를 찾았지만 부재중이었고, ㄴ씨가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부득이 임대인으로서 건물 관리 차원에서 소지하고 있던 예비열쇠로 출입문을 열어 놓고 소방서에 신고한 후 출동한 소방관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1심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ㄱ씨가 ㄴ씨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ㄴ씨의 주거지에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는 이상 주거침입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석유 냄새 등이 많이 나서 문을 열어두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출동한 소방관들의 진술에 비춰볼 때 ㄱ씨의 주장과 같이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ㄱ씨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범행 동기 및 경위에 비춰 참작할 만한 점이 있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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