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여자가 된 아빠'…가족관계부 성별정정 불가판정 받은 사연은

학운 2016. 5. 8. 21:43
성(性) 정체성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본래 신체적 성별과 자신이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별이 다른 사람은 성전환수술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전환자의 서류상 성별 정정은 가능할까?

이와 관련, 성전환자가 성전환수술 전에 이미 결혼했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란을 고칠 수 없다는 대법원은 판결이 있다.(2009스117)

남성 A씨는 신체적으로 남자임에도 학창시절부터 여성복을 즐겨 입고, 여성을 동성처럼 여기는 등 여성적 성향을 보이며 심한 성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여성 B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까지 뒀지만, 성 정체성 장애로 B씨와의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A씨는 2006년 태국에서 성전환·유방성형 수술을 받아 여성의 외부성기와 신체외관을 갖췄고 지금까지 여성호르몬제를 투약하고 있다.

이후 A씨는 2009년 남성으로 등재돼 있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여성으로 정정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A씨의 신청에 대해 예외적으로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별 정정으로 배우자나 자녀와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현저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의 성별 정정은 허용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성전환수술을 통해 출생때 성별과 다른 반대 성별로 성전환이 이뤄졌고 정신과 등 의학적 측면에서도 이미 전환된 성별로 인식되고 있다면 전환된 성별로 개인적 행동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에까지 법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며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수정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성전환자는 출생 때의 성별과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별이 달라 가족관계부의 성별기재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의 절차에 따라 가족관계부의 성별란 기재의 성별을 전환된 성별에 부합하게 수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도 했다.

결국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배우나와 미성년 자녀 등 다른 사람과의 신분관계에 변동을 초래하는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법을 보면 부모는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가 된다. 부모가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음에도 성별 정정을 허용한다면 미성년자인 자녀의 입장에서는 법률적인 평가라는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어머니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다시말해 대법원은 현실에 대한 적응능력이 성숙되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셈이다.

◇ 판결 팁=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성전환수술을 받아 사회적으로 변경된 성별로 인식되는 사람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법원은 원칙적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고, 다만 그 사람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정정을 불허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법원이 A씨의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A씨의 아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성전환자에게 자녀가 있더라도 그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에는 성별을 변경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성전환자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가 19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성별 정정 신청을 해야 한다.


◇ 관련 조항

-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6조

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 민법

제4조(성년)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

제909조(친권자)

①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의 친권자가 된다. 양자의 경우에는 양부모가 친권자가 된다.

제912조(친권 행사와 친권자 지정의 기준)

①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②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지정함에 있어서는 자(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정법원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위법한 가족관계 등록기록의 정정)

①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에 가정법원의 심리에 관하여는 제96조제6항을 준용한다.

제96조(국적취득자의 성과 본의 창설 신고)

⑥ 제1항의 경우에 가정법원은 심리(심리)를 위하여 국가경찰관서의 장에게 성·본 창설허가 신청인의 범죄경력 조회를 요청할 수 있고, 그 요청을 받은 국가경찰관서의 장은 지체 없이 그 결과를 회보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