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문자로 협박해 알몸사진 받았다면…대법 "강제추행"

학운 2018. 2. 25. 23:15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알몸 사진 등을 전송받았더라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5일 강제추행·협박·성폭력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들을 협박해 겁먹은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스스로 촬영하는 행위 등을 하도록 했다"며 "이씨의 행위는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 신체를 이용해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직접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다르게 볼 것은 아니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강제추행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015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인천에 있는 자신의 집 등에서 피해자 A(22세)씨와 B(15세)양을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알몸 사진과 동영상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서로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들과 채팅하면서 기존에 받은 신체 사진을 지인 등에게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의 신체 주요 부위를 동영상 촬영해 B양에게 보낸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도 포함됐다.

1심은 이씨의 일부 강제추행 혐의를 "객관적으로 추행에 이를 정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이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같은 정도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형량은 1심이 내린 결론을 유지했다. 

2심은 이씨가 A씨 등과 다른 장소에서 휴대전화로 협박해 사진 등을 받은 것으로 피해자 신체에 즉각적인 접촉이나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과 A씨 등이 신고를 통해 이씨의 요구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의 행위는 피해자를 이용해 강제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김모(4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2년 8월 남자친구 A씨가 자신의 하복부에 김씨 이름을 새긴 문신을 새긴 뒤 찍어 보낸 사진 등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2심은 '비방' 목적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하면서 대신 검찰이 예비적으로 주장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에게 적용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다른 사람'을 촬영대상자로 해야 하며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