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으로 얻은 가상화폐도 몰수의 대상으로 본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첫 사례다. 비트코인 가상 이미지./블룸버그
수원지법 형사8부(재판장 하성원)는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안모(34)씨에 대해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 비트코인을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감춰둔 범죄수익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으로 본다”며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돈으로 바꿀 수 있고, 가맹점을 통해 지급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216 비트코인 가운데 안씨가 음란물 사이트 회원에게 비트코인의 전자주소를 알려줘 전달받은 기록이 있는 191 비트코인은 사이트 운영에 따른 범죄수익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이 비트코인도 범죄수익으로서 실체를 갖는다고 본 것이다. 몰수는 범죄수익을 빼앗는 형(刑)이다. 직접 몰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물건의 가치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추징한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기술적 특성상 무한정 생성, 복제할 수 있는 다른 디지털 데이터와도 다르고, 이미 미국, 독일,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120여만명을 회원으로 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이트 이용대가로 1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작년 5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씨가 사이트 이용료 중 일부는 비트코인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전자지갑 형태로 216 비트코인을 압수해 보관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안씨가 챙긴 범죄수익 중 현금에 대해서는 추징,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를 요청했다.
1·2심 모두 안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유죄판결을 선고했지만, 비트코인이 몰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했다. 1심은 “객관적 가치를 계산할 수 없고,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이라며 비트코인이 몰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범죄수익금으로 인정한 규모도 2심의 6억9580만원보다 적은 3억4000만원을 추징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몰수대상 비트코인의 시세 변동은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 검찰이 압수한 216 비트코인 시세는 안씨가 구속된 작년 4월 5억원 수준이었지만, 몰수될 191 비트코인의 현재 시세는 24억원에 달한다. 법원 관계자는 “1심의 경우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어 몰수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면서 “2심 판결도 비트코인이 법률상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한 것이지, 법정 화폐로도 쓰일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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