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포시즌스 호텔' 공사 둘러싼 18억대 사기 1심 무죄…왜?

학운 2017. 9. 22. 14:15

중소기업 A사 사장인 이모씨는 2013년 서울 종로구 세종로 호텔(현 포시즌스 호텔 서울) 정보 통신 공사를 하도급 받기 위해 노력하던 중 사모펀드 회사인 B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조모(50)씨를 소개 받았다. 이씨는 조씨 소개로 호텔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과 공사를 협의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제시한 공사 대금 63억8000만원이 최소 100억원으로 예상되는 공사 원가에 크게 못 미쳐 이씨는 계약을 포기하려 했다. 이에 조씨가 공사 대금이 300억원 수준으로 증액되게 도와주겠다고 해 그해 11월 대림산업이 제시한 금액대로 계약을 체결했다. 

조씨는 “급전이 필요한데 돈을 빌려주면 문제없이 갚겠다”며 2014년 2∼10월 이씨에게 4차례에 걸쳐 18억1000만원을 송금 받았다. 이씨는 “조씨에게 속았다”며 조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조씨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조씨가 당시 50억원에 달하는 빚이 있었고 그가 운영하는 B사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이씨에게 차용금 명목으로 18억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주장했다. 조씨 측은 18억1000만원은 차용금이 아니라 호텔 공사 수주와 관련해 받은 자문 수수료라고 맞섰다. 

법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2일 “검찰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2014년 5월 중국에서 포시즌스 측과 만난 바 있고, (이씨가) 포시즌스 요청 사항을 모두 반영하면 공사 대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됐다”며 “또 조씨 도움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씨에게는 조씨에게 자문 수수료를 지급할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014년 초 비즈니스급 세종로 호텔이 특급 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로 변경되면서 공사 원가가 올라 공사 대금은 2015년 6월 세금을 제외하고 132억9170만원으로 변경됐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며 이씨 진술의 신빙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2014년 7월 조씨에게 총 7억원을 준 데 대해 진술을 2차례 번복했다.

형법 58조 2항에 따라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무죄 판결 공시의 취지를 선고해야 한다. 그러나 조씨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씨의 무죄 판결은 공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