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중국산 부세, 국내가공 밝히면 사기죄 처벌 못해”

학운 2017. 6. 18. 20:55

참조기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 굴비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경우 국내에서 가공한 사실을 밝혔다면 원산지 표시법 위반이지만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산지 표시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한정식집 업주 유모씨(57)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유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청주시에 위치한 S한정식집을 운영하면서 음식조리에 사용되는 수입산 해산물과 육류 대부분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2013년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남도음식 전문점 식당 간판을 내걸고 중국산 부세를 국내산 영광 법성포 굴비라며 대표 품목이라고 홍보하면서 메뉴판에 식자재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유씨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단속된 이후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면서 영업했고 메뉴판 변경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씨는 "굴비 및 기타 식재료의 원산지를 허위로 고지한 점은 사실이지만 국내산 영광 법성포 굴비만을 취급한다는 취지의 상호를 사용하거나 이런 취지의 광고(선전)를 한 사실은 없다"며 사기 혐의에 대해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법성포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마리당 5000원 내지 7000원 정도의 중국산 부세를 2만원짜리 점심 및 2만5000원 내지 5만5000원짜리 저녁 코스요리에 굴비 대용품으로 사용했다"면서도 "피고인은 손님들에게서 '이렇게 값이 싼데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질문에 '중국산 부세를 법성포에서 가공했다'고 대답한 진술을 더해보면 손님들이 메뉴판에 기재된 국내산 원산지 표시에 속아 식당을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