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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 예약해도 LCC…일방적 공동운항 '갑질' 논란

학운 2017. 5. 25. 07:48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김 모 씨는 올해초 부산 출장을 위해 급하게 거래처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공편명이 OZ로 시작해서 당연히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에서 수속을 위해 긴 줄을 섰으나 LCC인 에어부산 카운터로 가라는 직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가 예매한 비행기표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아닌 에어부산의 공동운항(코드쉐어) 티켓이었다.

기자는 최근 휴가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일본 기타큐슈 항공권을 검색하던 중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는데 대한항공(003490) 홈페이지에서는 편도가 23만1500원, 진에어는 10만원으로 가격이 두배 이상 차이 났다. 해당 노선은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공동운항으로 어디서 구매해도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여객기를 타야하는데도 말이다.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공동운항’이란 명목하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갑질’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공동운항은 상대 항공사의 일정 좌석을 자사 항공편명으로 판매하는 제휴 형태다. 예컨대 국적기 티켓을 끊었는데 외항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대부분 비슷한 체급의 항공사끼리 공동운항 제휴를 맺다 보니 구매 가격이 조금 다르더라도 비슷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형항공사가 LCC를 설립하면서 불균형적으로 공동운항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과 진에어는 올해초 공동운항 노선을 19개로 늘렸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에어부산의 일부 노선과 작년에 새로 설립한 에어서울의 모든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한 노선을 대형항공사와 LCC가 번갈아가며 운영하는 건 그나마 낫다. 문제는 일부 노선에서 대형항공사가 LCC의 티켓을 대신 판매해주는 일방통행식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서는 LCC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항공사 입장에선 미리 공동운항사를 공지해줘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노선이지만 마일리지를 지급하기에 가격이 비싸다는 항공사 측의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LCC는 대부분 근거리 노선에 취항하기 때문에 적립되는 마일리지가 차액만큼 크지 않다.

게다가 대형항공사와 LCC 간 공동운항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보가 상당히 부족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제휴항공사를 검색하면 진에어나 에어부산 등 LCC의 항공명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항공에서 진에어를 타고 기타큐슈를 가면 몇 마일을 받을수 있는지 쉽게 알수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에서 에어서울과 공동 운항하는 노선의 항공권을 예약하면 ‘마일리지 좌석승급’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는데 LCC인 에어서울엔 비즈니스석이 없다. 자회사인 LCC와 공동운항이니 시스템 구축에 너무 소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대형항공사와 LCC가 공동운항하는 사례는 손으로 꼽힐 정도로 드물다. 결국 대형항공사가 LCC와 공동운항을 늘리는 건 수익성을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형항공사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풀서비스캐리어(Full Service Carrier·FSC)라고 불린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게 ‘가격’보다 ‘서비스’를 우선하는 소비층이다”며 “LCC와 서비스 차별을 내세우던 대형항공사들이 LCC에 위탁운영을 하며 서비스를 포기하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진에어가 운항하는 인천-기타큐슈 노선의 항공권을 대한항공(아래 사진)에서는 23만1500원에, 진에어서(위 사진)는 10만에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에어서울과 공동 운항하는 인천-다카마쓰 노선의 항공권을 살때 일반 운임이면 좌석승급 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에어서울엔 애초에 ‘비즈니스 클래스’가 없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