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내놓은 개인부채 탕감 공약에 대해 금융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13 총선 결과 야당 주도로 각종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법안이 늘어나며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제윤경 당선자가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1000만원 이하의 10년 이상 소액장기연체 채무자의 부채 탕감 공약이다. 금융회사들이 국민행복기금에 넘긴 소액장기연체 채무를 일괄적으로 소각해 빚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더민주는 약 41만명의 채무자들이 빚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에 넘어간 연체채권은 이미 금융회사들이 상각 처리한 것이므로 이를 받아 원리금 상환이나 만기 연장 등의 채무조정을 하는 것은 채무자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이 걱정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확산이다. 소액장기채권이라고 하더라도 대규모로 소각하게 되면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관행이 시장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만약 빚 탕감을 원한다면 공적채무조정인 개인회생·파산이나 민간 채무조정인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제도가 시행되면 시장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전직 시중은행장은 "시장경제 원칙 가운데 '본인 책임의 원칙'이 있는데 이런 철학을 무시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빚 탕감 요구가 많아진다면 앞으로 신용을 기반으로 한 금융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제윤경 당선자는 채권자의 권리도 법으로 보장돼 있는 만큼 채무자의 권리도 보호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윤경 당선자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채권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추심 등 다양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호장치마저 없다면) 채무자에게 '언제든지 추심당할 태세를 갖춰라'는 의미"라며 "금융사는 돈을 빌려줄 때 담보물이나 자산가치, 연대보증도 충분히 세워서 돈을 빌려주는 등 아무한테나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도덕적 해이가 염려되면 대출을 깐깐하게 하면 될 것이며 부채 탕감을 노리고 빚을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극소수일 것인데, 그들 때문에 채무자 전체가 부도덕한 사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는 '죽은 채권'이라 불리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의 경우 법으로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소멸시효완성채권은 채권자가 채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가 5년을 넘어 권리가 소멸된 채권이다. 5년 이후에도 빚을 조금이라도 갚게 되면 채권이 살아나 추심업체가 악용해왔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행정지도를 통해 금융회사와 대부업체가 소멸시효완성채권을 매각하거나 추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1월까지 1년간만 유효한 데다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더민주는 소멸시효완성채권 매각·추심행위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틈이 많은 만큼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더민주는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상한을 20%까지 내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법에 따르면 여신금융회사와 대부업의 대출 금리는 27.9%가 상한선이다. 제 당선인은 "최고금리를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인 20%까지 내리는 것을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업계도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발의할 가능성이 큰 입법에 대해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공약 가운데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추가로 더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영세·중소가맹점을 위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작년 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올해 약 67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업계로서는 수수료 추가 인하 공약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하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금리 인상, 부가서비스 축소 등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결국 서민층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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