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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왈라’ 불법 외환거래 조직 국내서 버젓이 활동

학운 2016. 4. 19. 08:34

테러 자금줄·탈세 온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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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환율과 계좌번호 주세요.”

“(네팔 화폐 100루피당) 1035원. 알려드린 ××은행 계좌(대포통장)로 입금바랍니다.”

국내에 이슬람 전통 송금시스템인 ‘하왈라(은행을 통하지 않고 일정수수료를 지급한 뒤 전 세계에서 입출금)’를 이용하는 불법 외환거래 조직이 버젓이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최근 테러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형식의 환치기나 무역거래를 가장한 자금이동 등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3만여명의 네팔 근로자 중 하왈라 이용 비율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하왈라 조직이 유학생과 근로자, 외교관 가족 및 직원, 불법체류자 등을 모집책으로 고용해 외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네팔인 직원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하왈라 국내 거점 중 한 곳으로 지목된 경기도의 A식당은 주말에 네팔 근로자가 고국에 송금을 하러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왈라를 이용하는 네팔인들의 송금 시스템을 보면, 송금을 원하는 사람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당일 (비공식) 환율과 대포통장 입금계좌를 안내받은 뒤 돈을 송금한다.

이어 현지 조직이 일정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네팔화폐 루피(NPR)로 환전해 송금해주는 방식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국내 조직의 경우 음식점과 여행사, 휴대전화 대리점 등을 차려놓고 하왈라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왈라는 아랍어로 ‘신뢰’라는 뜻이다. 정식 금융사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수수료가 싸고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왈라 운용 조직 입장에서도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환치기나 불법 자금의 이동 수단으로 이슬람권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지하시장으로 자금이 유통되다 보니 탈세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08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마약 구입자금 5만달러 등 1000억원대 자금을 수출입 대금 등으로 꾸며 송금한 하왈라 일당 53명을 검거한 바 있다. 관세청도 지난 2월 자금세탁·국외재산도피 등 중대 외환범죄를 차단하겠다며 ‘블랙머니 추적팀’을 운영, 하왈라 등을 감시하는 환전업자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하왈라는 이제 환치기뿐 아니라 테러와 연관해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하왈라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테러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추적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하왈라를 이용하는 국내 체류 근로자들의 경우 돈을 떼이는 일도 빈번하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긴요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