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30년 만에 대법 판례 변경
스미싱·파밍 등 피해자가 자신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모르고 당하는 ‘신종 범죄’도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피해자가 자신의 행위로 돈이 나간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엄격한 대법원 판례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사기죄 대법 판례가 바뀐 것은 1987년 이후 30년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6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모씨(52)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로 보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관들의 의견은 7명(유죄) 대 6명(무죄)으로 아슬아슬하게 갈렸다.
전씨 등은 2011년 4월 땅을 내놓은 땅주인을 만나 3억원에 구입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우선 이 땅을 담보로 3000만원만 빌려 계약금으로 주겠다”며 땅주인에게 근저당권 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케 하고, 인감증명서 등을 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땅주인에게 말한 3000만원이 아닌 1억원이었다.
1·2심은 전씨 등에게 사기 이외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지만 사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절도죄와 달리 사기죄가 되려면 피해자들이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서명·날인 등을 넘기면서 생길 결과를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선 고령의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됐다. 이런 피해는 그동안 손해배상 청구만 가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비록 속은 사람이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속은 사람의 행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기죄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로 피해자 본인도 모르는 새에 돈이 빠져나가지만 절도와는 또 다른 스미싱·파밍 등 ‘변종 사기’ 범죄 등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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