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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실손보험료 내린 대신 과잉진료 5개 항목은 소비자 선택권

학운 2016. 12. 20. 21:57

가입자만 3200만명 ‘제2 건강보험’ 성격 고려해 손질
도수치료.증식치료.마늘주사 등은 특약에 넣어 세분화
40세 남자 월보험료 1만9천원대서 1만4천원 수준으로




지난 2009년 개편된 이후 큰 변화가 없던 실손의료보험의 근간이 20일 정부의 향후 제도개선 발표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가입자가 3200만명(6월 말 기준)인 실손의료보험은 계약건수나 보장범위 등을 감안할 때 '국민보험' '제2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획일적이고 포괄적인 보장 구조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과잉진료, 의료쇼핑, 도덕적 해이, 이로 인한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본형 25%, 특약포함 6% 싸져

정부는 이날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을 반영해 내년 3월까지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 보험업계가 4월부터 신상품 출시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편된 실손의료보험 구조 핵심은 기본형과 다섯 가지 진료항목을 세 종류로 구분한 선택형 특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저렴한 보험료로 일반적인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 혜택을 볼 수 있는 기본형만 선택할 것인지, 추가 보험료를 물고서라도 도수치료나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MRI 혜택이 가능한 특약까지 가입할 것인지 결정은 소비자 몫이다.

정부는 과잉진료 요소가 짙은 다섯 가지 진료항목 중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는 하나로 묶어 특약1에 넣고, 신데렐라주사나 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는 특약2로 구분했다. 특약3은 비급여 MRI 검사가 해당된다. 가입자는 3종 특약 중 필요한 것만 고르면 된다. 실손보험을 기본형과 특약으로 세분화한 결과, 기본형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40세 남자 기준 대략 25% 싸지는 효과가 예상됐다. 가령 자기부담비율이 10%인 실손보험에 가입한 남성의 현재 보험료는 1만9429원이다. 이 남성이 똑같은 조건의 새상품 기본형을 들 경우 보험료는 기존보다 26.4% 저렴한 1만4309원만 내면 된다. 만약 여기서 특약 3종을 모두 추가할 경우 특약1(1394원), 특약2(834원), 특약3(1565원) 보험료를 더 내야 하지만, 이를 합해도 총 보험료는 1만8102원으로 기존보다 6.8% 싸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하다. 같은 조건의 40세 여성 실손보험료는 현행 2만4559원이다. 이 여성이 새상품으로 바꿀 경우 기본형 보험료는 1만8078원이고 특약 3종을 모두 추가할 경우 보험료는 2만2986원이다.

■보장한도 최대 350만원 제한

과잉진료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곳곳에 뒀다. 보험료는 낮추는 대신 자기부담비율을 높이고 보장한도와 보장횟수를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조치의 일환이다. 기본형 상품의 자기부담 비율은 기존 20%를 유지했지만 특약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을 30%로 올렸다. 연간 청구금액은 입원, 통원을 합산해 누적 한도를 설정했다. 특약1의 경우 350만원, 특약2는 250만원, 특약3은 300만원까지만 보장된다. 보장횟수의 경우 특약1과 2의 경우 각각 연간 50회가 최대다. 특약3의 경우 아직 횟수가 정해지지 않았다.

보험에 들었지만 서비스 이용이 거의 없었던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도 선의의 계약자를 보호하면서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직전 2년간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다음 1년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받는다. 보험금 미청구 여부를 판단할 땐 급여 본인부담금과 4대 중증질환 관련 비급여 의료비는 제외된다.

■실손 끼워팔기 2018년부터 제동

후진적인 보험사 판매 관행은 철퇴를 맞게 된다. 보험업계에선 판매수당이 적은 실손보험을 판매수당이 큰 사망보험 등 다른 특약과 함께 판매하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금융당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단독형 실손의료보험 비중은 전체 실손의 3.1%에 불과했다. 실손보험만 따로 가입하면 월 1만∼3만원대 보험료만 내면 되지만 패키지로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월 10만원대로 높아진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4월부터 실손보험을 암보험 등 다른 보험과 묶어 팔지 못하게 실손보험 단독판매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밖에 내년 중 모든 보험사가 모바일 앱을 통한 청구 서비스를 시작하도록 하는 등 실손보험 청구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