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군납 비리 전력이 있는 군납 피복업체와 재계약을 진행해 세금이 많게는 100억원 가량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군납비리 사건이 적발되고 있지만 방위사업청이 재계약한 군납 업체들은 원단 업체와 짜고 지속해서 원가 부풀리기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머니투데이더300(the300)이 군납 관련 업체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4년간 러닝셔츠·삼각팬티를 군대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단을 독점 공급하는 W업체와 이를 완성품으로 만드는 봉제업체 6곳이 가격 담합을 통해 이른바 '뒷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2012년부터 원단업체가 실제 거래가와 계산서 가격을 달리해서 봉제 업체에 영수증을 끊어주는 방식으로 원단업체는 독점권을 유지했고, 대신 방사청과 직접 계약서 관계를 작성하는 봉제업체에 백마진(차액만큼 뒷돈을 주는 것)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러닝셔츠의 경우 2012년부터 원단 ㎏당 실제 거래가가 15000~18000원 사이라면 계산서 가격에는 2만원 이상으로 표시했고, 삼각팬티의 경우도 동일한 가격대로 실제 거래가와 계산서 가격을 다르게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이 작성한 문서에 명시된 실제 거래가와 계약서 가격 차액 현황. 방사청에 문서에도 명시된 바 이미 원단 업체와 공급 업체 간 사이에 차액에 대한 '백마진'을 예측할 수 있어 방사청이 이를 간과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사진=제보 |
다른 업체 관계자도 W사가 실제 거래가와 다르게 더 높은 가격으로 계산서를 발급해 방사청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원가부풀리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같은 원가 부풀리기로 러닝셔츠와 삼각팬티 관련 예산이 2012년부터 적게는 60억여원에서 많게는 100억여원이 넘게 낭비됐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이들 납품 업체들은 이미 2012년 서울서부지검이 방한용 내피(깔깔이) 원단 등의 재료비를 최대 25%까지 부풀려 80억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업체들이다.
형사처벌과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받은 업체와 방사청이 또 다시 재계약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방사청과 업체의 유착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특히 육군 군수사가 제시하는 군 장병들의 내의 품질기준도 상식 밖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군수사가 장병 내의 제품에 일광견뢰도(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색상변화를 측정하는 등급) 5급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일광견뢰도 5급 이상을 요구하는 러닝셔츠, 삼각팬티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며 "한국소비자원 발간하는 섬유제품 권장품질기준에 의하면 햇볕에 노출 되는 빈도가 많은 스포츠 의류 및 수영복의 일광견뢰도도 4급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에서도 일광견뢰도 5급 이상 제품을 사용한 예는 없고 오직 군용에만 있고 특히 원단 납품가능한 원단업체는 W업체 한 곳 뿐"이라며 "햇볕에 노출되지 않는 이 같은 내의 품질기준에 일광견뢰도 5급이상 조항을 넣은 것 자체가 특정업체의 독점납품을 위한 독소조항으로 독점 이윤을 유지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광견뢰도 5급 이상이 나올려면 특수염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 염료와 특수염료는 가격 차이가 4∼6배 차이가 나고, 이런 과한 규격 때문에 원단 독점 공급체계가 형성되고 가격이 필요 이상 상승하면서 업체 간 원가 부풀리기 등의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60%에 달하는 군수품목에 대해 국방규격을 비공개함으로써 경쟁이 없는 독과점, 저품질과 고비용 구조로 부정청탁과 방산비리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특별한 국방규격이 요구되지 않고 민간구매가 가능한 식품과 피복, 장비 등 일반 군수품은 방위 사업청에서 조달청 구매로 전환시켜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업체 관계자는 "군수품목 규격을 개선하지 않고는 구매기관이 방사청이던 조달청이던 군수비리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면서 "불합리한 규격 개선을 통해 원단납품업체와 방사청 계약업체 간의 범죄적 공생 관계로 맺어진 비리를 원천에 봉쇄해야 군수비리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다반사·사회·야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야 의원 33명 기소…발칵 뒤집힌 여의도 (0) | 2016.10.14 |
---|---|
'문재인 저격수'로 나선 박영선 (0) | 2016.10.14 |
화동해운, 카페리 최초 신조선 화동명주8호 한·중 취항 (0) | 2016.10.13 |
예술가 입 막는 ‘블랙리스트’ 실존…문화계 “정치검열 규탄” (0) | 2016.10.13 |
주인 잃고 떠도는 주민등록증 3100만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