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이혼·상속판결

딸이라고 한푼도 안물려준 아빠…내 몫 돌려받을 수 있나요

학운 2016. 9. 23. 00:49

아빠는 장남인 오빠와 남동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줬다. 의사인 오빠에게는 병원을 개업해주고, 아파트도 해줬다. 남동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려니 생각했다. 돌아가실 때 유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언장에는 건물과 땅 등 모든 재산을 엄마와 오빠, 남동생에게 물려준다고 쓰여 있었다. 아빠는 오빠에게는 145억원을, 남동생에게는 96억원을 남겼다. 엄마는 58억원을 받았다.

유언장에는 내 이름조차 없었다. 속상했다. 딸이라는 이유로 자식으로 인정도 못 받은 것 같았다. 그러다 '유류분'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식이라면 부모 재산 중 일부는 물려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하는 사람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지만, 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했다. 오빠와 남동생에게 내 몫을 돌려달라고 했다.

정민(가명)씨의 사연이다. 오빠와 남동생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한 정민씨는 자신의 몫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유류분…유증받은 재산을 먼저 반환해야"

유류분을 침해당한 상속인에게 돌려줘야 할 유류분을 산정할 때는 수유재산(유증받은 재산)과 미리 받은 수증재산(생전에 받은 재산)을 모두 포함시켜서 계산한다. 그러나 상속인들이 유증받은 재산의 총 가액이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 부족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수유재산을 반환하면 되는 것이지 이를 놓아두고 수증재산을 반환할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정민씨가 받아야 할 돈(유류분부족액)은 34억원으로 계산됐는데, 정민씨를 제외한 상속인들이 받은 수유재산의 총액은 76억원으로 정민씨가 받아야 할 돈보다 많다. 따라서 오빠와 남동생과 엄마는 이 수유재산에서 정민씨에게 34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유류분권리자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에 증여를 반환받을 수 있어

유류분권리자는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다른 공동상속인이 자신의 유류분액(법정상속분의 1/2)보다 더 받은 재산의 비율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6.11.10. 선고 2006다46346 판결 등 참조).

이때 수증재산과 수유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반환범위를 정하면 되는지, 아니면 수증재산이나 수유재산 중 어떤 재산을 먼저 반환하고 그런 후에도 유류분 부족액이 있을 경우에 다른 재산으로 반환해야 하는지 문제된다.

민법은 증여에 대해서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고 반환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제1116조). 유류분반환청구의 목적인 증여나 유증이 병존하는 경우 유류분권리자는 먼저 유증을 받은 자를 상대로 유류분침해액의 반환을 구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유류분침해액이 남아 있는 경우에 한해 증여를 받은 자에게 그 부족분을 청구할 수 있다.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유증의 규정이 준용되고 그 실제적 기능도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유증과 같이 봐야 한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다6947 판결 등 참조).

일본 민법과 프랑스 민법은 유증부터 반환의 대상으로 하고, 증여가 여러 개 있는 때에는 뒤의 증여부터 순차로 반환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 민법은 유증과 증여 간의 선후만을 정하고, 유증과 유증 사이, 증여와 증여 사이에는 각자의 얻은 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115조 제2항).

민법이 이렇게 정한 이유는, 증여재산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준 것이지만 수유재산은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이전되는 것이어서 이미 재산을 취득한 수증자에게 반환을 시키는 것보다는 수유자에게 먼저 반환을 시키는 것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보다 부합하기 때문이다.

증여는 상속이 개시되기 오래 전에 이뤄진 경우가 많아서 수유재산을 반환시키는 경우보다 증여재산을 반환시킬 경우 법률관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 따라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수유재산으로 반환해야 할 분담액을 계산해보면 오빠는 21억원을, 남동생은 11억6000만원, 엄마는 1억4000만원을 정민씨에게 돌려줘야 한다.

공동상속인들이 증여와 유증을 혼합하여 받은 경우 이 판결에 따른 유류분반환의 순서와 범위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피상속인 K에게는 상속인으로 A, B, C, D 네 명의 자식이 있다. A, B, C는 각 0원, 6억원, 12억원의 생전증여를 받았고, 또한 각 12억원, 6억원, 0원의 유증을 받았다. K에게는 남은 상속재산이 전혀 없다. D는 A, B, C에게 각 얼마씩의 유류분반환을 받을 수 있을까?

위 사례에서 명목상의 총 상속재산은 36억원이고,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은 각 9억원씩이다. 따라서 D의 유류분부족액은 4억 5천만원이다. A, B, C는 모두 각 3억원의 초과특별수익을 얻었다.

만약 반환순서에 관해 수증재산과 수유재산을 구별하지 않을 경우에는 D는 A, B, C로부터 각 1억 5천만원씩 반환받으면 된다. 그러나 수유재산으로부터 먼저 반환받아야 한다는 대상판결에 따르면, D는 A, B로부터 각 2억 2,500만원씩 반환받아야 하고 생전증여만 받은 C로부터는 반환을 받을 수 없다.

공동상속인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그런데 이러한 대상판결에 대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며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는 유류분액의 계산과 반환 순서 및 범위는 논리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원고의 인용액을 결정하는 일련의 계산과정을 이루기 때문에 반환 범위를 정할 때 유증과 증여를 구분하지 말고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특별수익을 얻은 것은 동일한데 증여로 얻은 것이냐 유증으로 얻은 것이냐에 따라 반환 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은 공동상속인 간에 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비판론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민법은 명문으로 유증을 반환받은 후에야 증여에 대해 반환청구 할 수 있다고 반환 순서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여와 유증을 구별하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 내지 타당성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입법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이 부당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