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료·국제

KDI예비타당성 조사에 `발목` 파키스탄 수력발전

학운 2016. 9. 18. 21:36

중부발전이 사업비 1조원 규모의 파키스탄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에서 철수한다. 2012년 9월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4년 만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부발전이 파키스탄 사업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0.485점으로 0.5를 넘지 못하고 '신중'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국가신용등급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성 평가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키스탄 사업의 경우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주고 국제기구가 사업을 보증해 실제 리스크는 상당히 낮다. 이 때문에 KDI 예타가 민관 합작 해외 사업에 지나친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국제금융업계 관계자는 "파키스탄 수력발전은 22개 중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서만 17곳의 사업을 진행 중인 성숙 시장으로 공기업 관리 차원이 아닌 사업 마인드를 가진 컨설팅업체들이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했다면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은 KDI 중심의 일괄적 평가 방식으로 해외 사업까지 같이 평가받는다는 점이 사업 진출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이 KDI 예타 벽을 넘지 못해 파키스탄 사업 철수를 결정하자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민간 건설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합동 컨소시엄을 구성,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해 양해각서(MOU) 연장 및 사업자 교체의 건을 건의하고 돌아왔다. 지난 3월 '한시적 6개월 연장'을 허락받은 MOU 기한이 9월 18일로 종료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중부발전 대신 한수원이 참여하겠다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파키스탄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 측에서는 한국 공기업을 한국 정부로 인식하는 데 4년 만에 사업에서 빠지겠다고 하는 건 국가 신인도에도 큰 타격"이라며 "이번에도 사업이 무산된다면 그땐 정말 해외 공기업과 합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부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해외사업 예비타당성 제도의 벽은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3일 공기업 예타 시행령 개정안 시행에 맞춰 최근 수개월간 '공기업 해외사업 예비타당성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사업 예타 소요기간 간소화, 해외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 산정 방식 재검토, 해외 금융기관 등에서 위험 검증을 한 경우 국내 예타에서 인정해주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