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료·국제

"굶어 죽는것보다 매맞는게 낫다" 매년 담합하는 전선업계…왜?

학운 2016. 9. 8. 07:50

]공정거래위원회 단골 담합적발 전선업체...최근 6년간 5번 적발]
‘하동화력발전소 전선납품 담합 9개사 적발(2010년 12월), 지하철 9호선 케이블 입찰담합 13개사 적발(2011년 2월), 한국전력 발주 전선 입찰담합 35개사 적발(2011년 11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전선구매 담합 13개 업체 적발(2015년 6월), KT발주 케이블 입찰담합 8개사 적발(2016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6년간 적발한 전선업체의 담합행위다. 거의 매년 적발 되다보니 전선업체는 ‘담합업체’로 인식되고 있다. 적발된 업체도 매번 겹친다. 다른 업종에 비해 업체들이 많지 않은 탓이다. 담합행위로 적발된 업체가 또 담합을 저지르면서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 제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문이미지

◇매년 담합하는 전선업체 VS 매년 발표하는 공정위= 공정위가 지난 6일 발표한 KT발주 케이블 담합 사건엔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업계 1~3위 등 8개 업체가 가담했다. 이들 업체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위 낙찰자를 서로 합의해 바꿔가며 부당이득을 얻었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도시철도공단 발주 전선 입찰담합엔 13개 업체가 적발됐다. LS전선과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 KT발주건 참여업체와 5개가 겹친다. 담합 시기도 똑같다. 공정위의 조사 시기도 일부 겹친다. 업계에선 한꺼번에 묶어서 발표하면 될 것을 왜 따로 발표했는지 의아해 한다.

비슷한 사건을 여러 번 나눠서 발표하는 게 공정위의 업적 쌓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업체들은 “담합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적발하고 조사한 사건이라면 한꺼번에 공개해야지, 시차를 두고 매년 발표하니까 여러 번 낙인 찍힌다”며 불만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사업 발주처와 사건 제보자, 조사 시점 등이 다를 경우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완전히 다른 사건을 담합 시기가 비슷하다고 한꺼번에 발표할 순 없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맞지 않는데 어떻게 똑같은 시기에 공개하냐”고 반문했다.

◇전선산업 어떻길래...“굶어죽는 것보다 매맞는게 낫다”= 국내 전선업체는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등 5~6개 대기업과 중소업체 20곳 정도가 있다. 하지만 가격 결정력을 지닌 대기업 중심의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입찰 시장에선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하고 있는 탓에 가격을 낮게 써내는 곳이 유리하다. 한정된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하다 보면 원가 이하로 입찰할 경우도 생긴다. 이러다 보니 담합을 하고픈 욕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전선이란 상품의 특징도 무시할 수 없다. 구리가 주원료인 전선은 다른 재화와 달리 단순한 상품이다. 디자인이나 다른 곳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만드는 제품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 입찰 업체들이 서로 짜고 순위만 정하면 대규모 사업들을 나눠 먹을 수 있다.

전선업계가 처한 상황도 열악하다. 업계 1위인 LS전선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5%다. 대한전선을 비롯해 다른 대기업들도 1~2% 사이다. 중소업체들은 1% 안팎이다. 한 중소 전선업체 임원은 “영업이익률이 1%라는 건 당기순이익은 적자에 가깝다는 얘기”라며 “굶어 죽는 것보다 담합하다 걸려서 매를 맞는 게 낫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담합 적발로 과징금만 매길게 아니라 최저가 입찰제를 업계 상황에 맞게 손보고, 업체들이 자정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희남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최저가입찰제도를 과점시장인 전선업종 특성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며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는 지금 환경에선 업체들이 담합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