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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청장 임명지연에 뒤숭숭한 警…이르면 내일 취임

학운 2016. 8. 23. 19:47

기사입력 2016-08-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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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9대 강신명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임식을 바라보고 있다. 2016.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일선경찰들 "23년전 잘못 지나치게 들춰…警 무시"
靑, 24일 임명하면 곧장 취임식 열 듯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23년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뒤 신분을 감추고 징계를 피한 사실이 드러나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은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이르면 24일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까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이 내정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가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까지 여야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가 시한 내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이 다음날부터 이 후보자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이에 24일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임명하는 대로 취임식을 갖고 이철성호(號)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취임식 준비는 이미 끝났다"며 "조직 지휘권을 안정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임명되는 대로 조속히 취임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내정자는 2003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처음으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사례로 불명예를 얻게 됐다.

다만 이날 강신명 경찰청장이 퇴임해 한동안 치안총수 공백사태가 올 것이란 우려는 임명절차가 일사천리 마무리되면서 가실 전망이다.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내정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집요하게 들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당시 음주상태로 중앙선을 침범, 피해차량 2대에 700여만원의 보상금이 나간 사고를 내고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피한 것이 큰 논란이 됐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 수장의 음주운전 전과와 이로 인한 논란의 확산과정은 15만 경찰조직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이 내정자의 음주비위가 커진 상황을 놓고 음모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조직을 장악한 경찰대 출신들이 이 내정자를 흔들고 있다는 시선이다. 이 내정자는 순경으로 입직한데다 고향 마저 경기 수원으로 비주류 중 비주류로 꼽힌다.

한 간부는 "23년전의 잘못을 문제삼는다면 지금 과연 공직사회에서 무사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로 이 내정자가 인질이 된 것이란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조직 1인자가 23년전 과오로 국회에서 봉변을 당한 것은 경찰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일선서 한 과장은 이 내정자의 음주전과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국회에서 모욕을 당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지금의 잣대로 국회가 조직 수장에게 봉변을 준 것은 경찰 조직을 무시한 것"이란 불만이다.

한 간부는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한 후보자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 이후 업무 능력, 자질, 성품이 검증된 분"이라고 항변했다.

뜻밖의 음주 교통사고 전력은 조직을 이끌 이 내정자에게 두고 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순경 출신으로 치안총수에 오른 이 내정자의 경력이 입지전적이라는데는 이론이 없지만 내부에선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한 일선서 팀장은 "그림만 좋은 것 아닌가. 조직을 운영하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순경 출신이라고 점수를 더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면 다른 경찰은 "어느 조직이건 말단에서 시작해 정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다는 뜻"이라며 "경찰은 특히 계급별 애환이 다른데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로 임무를 마친 강 청장은 퇴임사에서 "이 후보자님은 저의 오랜 동지이자 남다른 열정과 신념을 갖추신 훌륭한 지휘관"이라며 "이 후보자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 경찰의 멋진 미래를 개척해 나가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