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중앙회를 대상으로 일부 사업이 아닌 자회사 및 사업 전반에 대해 이례적인 대대적 감사에 나선 것은 최근 수년 사이 중기중앙회가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하며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중기중앙회 임원과 그들이 소유한 개인회사간 부당거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위해 설립한 홈앤쇼핑과 소기업·소상공인 폐업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만든 5조원을 웃도는 노란우산공제회는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독단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도 협동조합 자생력과 육성을 지원하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비대해진 중앙회 조직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와 이번 중기청 감사를 명분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란우산공제회, 사금고화 의혹=중앙회는 소공인과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공제기금인 '노란우상공제' 기금으로 중앙회 조직을 위한 건물을 수백억원에 사들이고 김기문 전 중기중앙회장의 전결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 토토) 운영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지적받았다.
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 기금 250억원을 들여 대전과 부산의 건물을 각각 1채씩 사들였다. 김기문 전 중앙회장이 재선 공약으로 내걸은 '중소기업 지역회관 매입'의 일환이었다. 중앙회는 건물을 매입할 때 별도 감정평가도 받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가 사들인 128억원 짜리 부산 건물의 전 소유주는 피엠씨코퍼레이션인데, 중기중앙회에 등록된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과 부산제조산업단지 협동조합 회원사로 활동 중인 업체다.
중기청은 "노란우산공제의 원래 목적에 자금을 쓰지 않고 중앙회의 지역거점 확장, 조직확대, 회원사 편의, 대외홍보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가 스포츠토토 운영 사업에 뛰어들면서 노란우산공제기금을 '곶감 빼 먹듯' 쓴 정황도 포착됐다. 중기중앙회는 2014년 5월 스포츠 토토 발행사업의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에 투자하기 위해 케이비즈 사모투자전문회사(K-BIZ PEF)를 만들었다.
이 사모펀드의 최대주주는 61억7400만원을 출자한 노란우산 공제(56.7%)다. 나머지는 중기중앙회 내 협동조합 회원사인 A와 B사가 각각 23억원(21.4%) 씩 출자했다. 특히 B사 대표는 중기중앙회 자회사인 중소기업연구원과 중소상공인희망나눔재단 등기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해 중기중앙회는 홈앤쇼핑 출자 329억원(대출 229억), 상암동 DMC건물비용 600억원 등을 포함해 부채만 900억원에 달해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 당초 중기중앙회 내부에서는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우려로 사업 추진을 중단을 권고했지만 김기문 전 회장이 "다른 경로로 참여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노란우산공제기금을 활용한 대체투자로 선회했다.
문제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공제기금을 사모투자전문회사에 출자할 땐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에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이를 무시하고 추진한 뒤 서면 회의로 갈음하는 등 투자 절차와 위험성 검토를 부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 일감몰아준 뒤 보유지분 고가 매도= 중기중앙회는 또 다른 자회사 인터비즈투어와 유앤비자산관리도 내부 임원을 대표이사로 겸직발령을 낸 뒤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확인됐다. 중소기업 국제전시회 참가 등 해외비즈니스 비용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설립한 인터비즈투어는 중앙회의 '리더스포럼'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위탁용역 받은 뒤 총 계약금의 수수료 5~7%를 챙기고 재차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지적받았다. 지난해까지 인터비즈투어 대표는 중기중앙회 경영기획본부장이 겸직했다.
그 덕분에 인터비즈투어는 2012년 흑자전환했고 홈앤쇼핑이 2014년 2월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한 가치평가를 기준으로 중앙회 회원조합·조합사·중앙회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던 인터비즈투어 주식 17만8400주를 사들였다. 그 덕분에 이들은 발행가 5000원짜리 주식을 2배가 넘는 주당 1만400원에 팔아 100% 이상 차익을 거뒀다.
여의도 사옥을 비롯해 중기중앙회가 소유한 5개 건물을 관리하는 유앤비자산관리도 2013년 설립한 뒤 중앙회와 수의계약으로 62억8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중 87.8%가 다시 재위탁회사에 지급됐다.
중기청은 "자회사가 실제 사업 주체나 관리 실체가 아니라 돈의 흐름에서 명의만 빌려주는 역할만 했다"며 "설립 목적에 맞게 업무를 변경하거나 중앙회 출자 지분 청산 매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력한 문책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