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채권채무·손배소송

동생 신분증·폰으로 모바일 대출받은 형…“동생 변제의무 없다”

학운 2021. 6. 2. 22:44

모바일 환경에서 대출이 진행될 때 본인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금융사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기현)는 현대캐피탈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9월 ‘휴대전화를 바꾸려는데 서류가 필요하다’는 친형의 부탁을 받고 운전면허증과 통장 사본을 건넸다. 당시 친형이 A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서 별 의심 없이 준 것이다. A씨로부터 운전면허증 등을 받은 친형은 현대캐피탈로부터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쳐 2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친형은 대출받은 돈으로 중고차를 샀다. 대출 사실을 안 A씨는 친형을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했고, 친형은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휴대전화 본인인증과 운전면허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만큼 A씨에게 채무변제 의무가 있다며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현대캐피탈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본인확인 절차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출약정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이 요구한 A씨의 생년월일, 운전면허증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는 보안카드번호,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밀번호 등에 비해 타인이 입수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의 이재형 공익법무관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관련 쟁송도 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절차를 간편하게 할수록 본인확인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