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女동료 텀블러에 정액 넣었는데, 재물손괴

학운 2021. 5. 9. 20:49

여성 동료의 텀블러에 수차례 자신의 정액을 넣은 40대 공무원이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런데 인정된 혐의는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판사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7급 공무원 박모(48)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박씨는 작년 1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동료인 여성 공무원 A(23)씨가 책상 위에 둔 텀블러를 화장실로 가져가 자신의 정액을 넣었다. 그해 7월까지 6회에 걸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범죄가 아니라 재물손괴였다. 피해자의 텀블러에 정액을 넣는 방법으로 텀블러의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서혜진 변호사는 “현행법상 성폭력은 신체 접촉을 수반한 강간이나 추행, 혹은 ‘디지털 성폭력’이라 총칭되는 온라인상 성범죄로 규정된다”며 “이번 사건에서 박씨의 성적 의도가 다분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와의 신체적 접촉이나 직접적으로 가한 피해가 없어 현행법상 성범죄의 일종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도 박씨의 행위에 성범죄 성격이 짙다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윤미 공보이사는 “물품(텀블러)의 효용을 고려했을 때 벌금 300만원은 무거운 형량”이라며 “재판부가 박씨의 행위에 담긴 의도를 감안해 형량을 높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