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tn년 만난 남자친구, 알고보니 유부남이래요

학운 2020. 2. 12. 07:50

2015년 1월 간통죄가 폐지돼 바람피운 배우자와 상간자를 형사처벌할 수 없어 대안으로 민사상 위자료 청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상간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혼인생활을 침해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혼인 생활이 파탄 났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법 제751조)

이른바 불륜행위가 법률혼 관계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를 파탄 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혼 관계에서도 정조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인데요. 질문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사람이 남자친구와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해도 소송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교제 기간 동안 남자친구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전화를 받는 일도 드물고 함께 여행도 자주 다녀 눈치를 전혀 못 챘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총각행세에 속았다면 위자료청구 전부기각도 가능

상간녀소송이 인용되려면 외도 사실 외에도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배우자와 상간녀의 외도라는 사실'과 '상간녀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만난 사실'을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

먼저 혼인 파탄의 원인이 외도가 아니라 부부 사이 다른 갈등으로 생겼다면 상간녀가 와이프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아울러 자신이 하는 연애가 불륜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상대방이 싱글, 이혼남, 돌싱 등이라고 생각하고 만났다면 상간의 고의가 없다고 봐 위자료청구가 전부기각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요.

이때 원고(남자친구의 와이프)는 그 정도 만났으면 유부남인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았냐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상간의 고의는 없어도 적어도 과실은 있지 않냐는 취지인데요. 그러나 지나친 부주의로 알지 못한 때가 아니라면 과실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통상 남녀간에 정교를 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자인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간음당시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하였다 하여 간통행위자에게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과실 성립에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므19 판결)

따라서 질문자가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선 그동안 남자친구가 싱글인 척 행동해왔던 카톡, 문자,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억울함을 주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질문자는 하루빨리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어도 만나는 도중에 유부남인 사실을 알면서도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간다면 알게 된 시점부터 상간의 고의가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2. 총각행세한 남친, 역관광시킬 방법은?

질문자도 남자친구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관계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총각행세에 속은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도 있는데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성관계 결정을 했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 당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우리 사회의 혼인과 성행위에 대한 인식에 비추어볼 때 상대방의 결혼 유무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라며 "유부남이라며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단순히 윤리적 비난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6. 선고 2019가단5116392 판결)

미혼여성인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봐 총각행세를 한 유부남에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죠. 과거라면 혼인빙자간음죄로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이었습니다.

따라서 억울한 질문자가 남자친구에게 위자료를 물을 방법도 있는 거죠. 다만 남자친구의 달콤한 말에 속아 만남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위자료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유부남 사실을 숨긴 남자친구에게 실망했다면 단호하게 관계를 끊는 게 더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