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임대차상식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려면 대상자의 연령과 가족관계, 해외도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학운 2019. 11. 20. 23:22

국세청, 2015년 1750명서 급증 / ‘인력난’ 법무부 “엄격 심사” 말뿐 / “헌법상 거주 자유 침해 소지 사안 / 신중해야 되는데 부실 심사 우려”

조세 체납자에 대한 국세청의 출국금지 요청은 매해 수천 건에 달하지만, 이를 심사할 법무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국금지 조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소 범위로 이뤄져야 하지만, 열악한 실태 속에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세계일보가 최근 5년간 조세 체납자에 대한 국세청의 출국금지 요청 현황을 살펴보니 2015년 1750명 수준에서 2016년 4622명으로 한 해 만에 약 2.6배 뛰었다. 이후 2017년 5865명, 지난해에는 678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현재 2099명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국금지 심사 업무 담당자는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국금지 심사가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려면 대상자의 연령과 가족관계, 해외도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체납자의 경우 국세징수법을 적용받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 국세를 체납한 경우가 출국금지 대상이 된다. 아울러 가족이 해외에 이주했거나, 국외자산이 5만달러 이상인 경우 등도 해당된다.

그간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처를 남용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이어졌지만, 법무부는 “엄격하게 심사해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극소수에게 심사 업무가 몰리는 현실을 접한 법조인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출국금지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인원을 심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법률사무소 박범일 변호사도 “출국금지 타당성을 검토할 심사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 처음 알았다”며 “출국금지 요청 기관의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편향된 결론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국금지는 단순히 공무 수행의 편의를 위해 하거나 형벌 또는 행정벌을 받은 사람에게 행정제재를 가할 목적으로 행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