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요구 않기로 합의해도 5년 이상 살다가 갈라선 부부, 배우자 연금 분할해 받을수있어
중학생 자녀 1명을 둔 김씨는 2016년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았다. 결혼 19년 만이었다. 1년 만에 합의 이혼했다. 아내 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와 아이의 친권·양육권은 김씨가 갖고, 대신 김씨는 아내에게 1억7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는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더 이상 재산 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두 달도 안 돼 아내가 국민연금공단에 "남편이 받을 노령연금을 나눠 달라"고 청구했다. 김씨는 아직 연금 수급권자(60세 이상)가 아니었지만 이혼한 경우엔 이혼한 때로부터 3년 내에 연금 분할을 청구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국민연금법상 5년 이상 살다가 이혼한 경우 배우자는 별거·실종 등 기간을 뺀 정상적 혼인 기간에 비례해 상대 배우자의 연금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전체 연금 가입 기간 중 10년간 혼인생활을 했다가 이혼했다면, 상대 배우자는 함께 산 10년치 보험료로 인한 연금 지급액의 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공단은 아내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김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1·2심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더는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아내가 김씨의 연금을 달라고 할 수도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런 원심을 깨고 아내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분할 연금 수급권은 민법상 재산 분할 청구권과는 구별되는 이혼 배우자의 고유한 권리"라며 "재산을 분할할 때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하기로 서류에 명시하지 않은 이상 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 배우자에게 남는다"고 했다. 전업주부여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던 이혼 배우자라도 상대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일정 수준의 노후를 보장하려 한 국민연금법의 취지를 고려한 해석이다.
재판부는 "이혼 협의서 등을 포함한 재판 서류에 연금 분할 비율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혼 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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