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형사판결

'소음 민원 걱정에…' 진짜 불났는데 화재경보기 차단해 독거노인 사망케한 경비원

학운 2017. 9. 22. 14:01

'소음 민원 걱정에…' 진짜 불났는데 화재경보기 차단해 독거노인 사망케한 경비원 기사의 사진
‘○○○동 11층 감지기 작동’ 
 
지난해 12월 1일 밤 11시56분쯤 서울 관악구 한 재개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화재경보기 모니터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그 8분쯤 뒤 같은 동 10층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위층에서 ‘불이야,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린다. 가보시라”고 알렸다. 

그런데 경비 당직을 서고 있던 이모(61)씨는 관리사무소와 11층의 소방벨이 울리지 않도록 화재경보 시스템 작동을 차단시켰다. 심야에 오작동으로 소음이 발생하면 주민들의 민원이 거센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후 신고가 접수된 동으로 이동해 11층과 12층 복도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를 점검했고, 별 이상이 없자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실제 11층에 혼자 사는 A씨(80·여)의 집에서 누전이 원인인 것으로 의심되는 불이 난 상황이었다. A씨 집 안방 천장의 화재감지기가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아파트 현관문은 방화문이고, 겨울이라 창호가 모두 닫혀 있을 경우 연기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세대별로 화재 발생 여부를 점검해야 했지만, 이씨는 복도만 확인하고 ‘이상 무(無)’ 판단을 내렸다.

A씨는 결국 12월 2일 오전 2시쯤 사망했다. 그날 오전 10시50분쯤 전화를 받지 않는 할머니를 찾아온 손녀가 숨진 A씨를 발견했다. 10층 주민은 “자정 무렵부터 위층 강아지가 짖고, 가구가 움직이는 등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화재경보기 작동 이후 취한 조치의 적정성, 이씨의 과실 책임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했다. 위원회는 ‘재판에 넘기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위원회 의견대로 이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음에도 감지기 오작동으로 속단한 채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독거노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559373&code=611213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