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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거래 추적 한계, 일반계좌 쓰면 은행도 몰라

학운 2017. 9. 5. 07:39


[기존 계좌로 가상통화 거래하는 유형 포착…의심거래 나오기 전까지는 발견 어려워]

임종철 디자이너


정부가 가상통화를 이용한 사기 등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가상통화 거래 때 이용되는 가상계좌의 이용자 정보를 확인하기로 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통화 투자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자(거래소)가 은행에 개설한 가상계좌를 이용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한다. 가상계좌란 통장이 존재하지 않고 계좌번호만 고객의 이름으로 부여받는 계좌이다. 예를 들어 가상통화 취급업자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용자 수만큼 이 계좌에 딸린 연결계좌를 만드는데 이것이 가상계좌이다.

현재는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의 본인확인 절차가 없는데 앞으로는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발급받은 가상계좌에 돈을 넣거나 빼가는 이용자의 이름과 거래 계좌를 확인한 뒤 이 계좌에서 돈이 입금되거나 출금된 경우에만 가상계좌와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가상계좌가 아닌 일반계좌를 사용할 경우 가상통화 거래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기 힘들어 불법행위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한 시중은행은 일반계좌를 사용해 가상통화 거래를 취급한 업체를 확인해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무역업을 했던 이 업체는 가상통화 취급업을 시작하면서 가상계좌 대신 기존에 쓰던 법인계좌로 투자자들과 자금거래를 했다. 해당 은행은 이 업체의 법인계좌에서 여러명 명의의 계좌에 자금이 나눠 출금된 사실을 파악하고 추가 확인 과정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상계좌는 발급 신청시 사용 목적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자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개설된 일반계좌를 사용하면 의심스러운 거래 정황이 포착되기 전까지는 가상통화 취급 여부를 알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가상통화 취급업자 가운데 일반계좌를 사용하는 업체가 얼마나 있는지는 은행도 알 수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반계좌로 가상통화 거래를 하는 업체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계좌를 사용하면 관리할 수 있는 이용자가 크게 한정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00~1000명 수준의 투자자면 일반계좌를 통해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이용자 숫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 가상계좌를 개설해야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